"창작물 지원금 늘리고 연극 전용극장 세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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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활동하는 연극인의 오랜 염원을 이제서야 이루게 됐습니다."

오는 31일 새롭게 출범하는 서울연극협회의 초대 회장을 맡은 채승훈(49.수원대 연극영화과 교수)씨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채회장은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지역 연극인들의 직선제 투표에서 최주봉 후보를 물리치고 회장에 선출됐다. 채회장은 "그간 한국연극협회가 지방을 아우르느라 서울은 오히려 역소외를 당했다. 연극의 메카인 서울 지역의 발전을 위해 온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5일 그를 만나 향후 임기 3년간의 포부를 들어봤다.

-서울연극협회가 별도로 출범하는 이유는.

"30여년 전 한국연극협회는 서울 지역을 위한 협회나 마찬가지였다. 서울에 연극인들이 몰려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지역 연극이 활성화하면서 서울 지역의 요구를 따로 들어줄 조직이 절실하다. 주먹구구식 일처리에서 벗어나 효율적으로 일해보겠다."

-무슨 일부터 추진할 생각인가.

"공연 예술지원금을 현재의 3배 가까이 증액하는 일이다. 현재 서울의 각 구에는 문화예술회관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관이 하드웨어(극장)에는 수백억원을 쏟아부으면서 정작 소프트웨어(창작물) 지원엔 인색하다. 건물만 그럴 듯하게 지으면 뭘하는가. 거기서 댄스강좌. 노래교실을 연다. 우리는 좋은 연극 작품을 그곳에 공급하고 싶다. 그러려면 좀더 질높고 다양한 레퍼토리의 연극이 나와야 하는데, 역시 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서울시와 문화관광부가 지원하는 공연제작지원금을 한해 40억원에서 1백억원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대학로에 소극장이 사라지고 정통 연극은 맥을 못추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대학로는 한국 연극의 메카다. 문화지구로 지정되는 마당에 대외적으로 내세울 만한 연극 전용극장이 있어야 한다. 문예회관 규모의 대.소극장이 필요하다. 일반 소극장에서 관객이나 평단으로부터 인정받은 작품들을 연극 전용극장에 올리면서 활로를 뚫어야 한다. 극장 건립에 서울시와 종로구청의 도움이 절실하다."

-연극인들이 새 협회에 바라는 점들도 많을 것 같다.

"재능있고 훌륭한 중견 연기자들이 무대에서 거의 사라졌다. 이들이 출연할 수 있는 작품을 발굴하는 등 연극 환경을 바꾸고 싶다. 서울 연극인을 위한 복지재단도 필요하다. 15억원 정도 기금을 만들어 독거 연극인 지원, 학자금.병원치료비 보조 등을 할 예정이다. 주부 연극인들에겐 탁아시설이 가장 시급한 사안이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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