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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미국 진출 ‘21년 만의 신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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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현대자동차가 자동차의 본고장, 미국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 500만 대 고지를 넘었다고 19일 밝혔다. 1986년 엑셀을 처음 수출한 지 21년 만이다.

 미국 시장에 차를 팔고 있는 외국 자동차 업체 중 500만 대 이상 판 곳은 도요타·혼다·닛산 일본계 3사 뿐이라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도요타는 58년 미국에 차를 팔기 시작해 19년(77년) 만에, 혼다는 69년 미국 수출을 시작한 지 14년(83년)만에 500만 대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자동차 500만 대는 아반떼(길이 4.5m) 기준으로 서울∼부산(428km)을 26차례, 미국의 동서극단인 뉴욕과 로스앤젤레스(4000km)를 세 번 왕복하는 거리다.

 현대차의 첫 수출 차종이면서 베스트셀러 차종인 엑셀은 수출 첫해 미국에서 16만 대 이상 팔렸다. 이 모델은 96년까지 10년 동안 미국에서만 114만 대 넘게 팔리면서 ‘엑셀 신화’를 낳았다. 현대차의 100만 대 기록은 4년 뒤인 90년, 200만 대 기록은 또 9년 뒤인 99년에 달성했다. 이후 가속도가 붙어 300만대는 2002년, 400만대는 2005년, 500만대는 2년 만인 올해 돌파했다.

 지금까지 미국시장에 출시된 현대차는 12종이다.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아반떼(수출명 엘란트라, 119만 대)다. 엑셀(114만 대)과 쏘나타(94만 대)·엑센트(63만 대) 가 뒤를 이었다. 2000년 이후에는 싼타페(53만 대)·그랜저(수출명 아제라, 12만 대) 등 고부가가치 차량의 판매가 늘면서 질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디트로이트·LA 기술연구소와 앨라배마 공장, 미국판매법인 같은 연구·생산·판매 기능을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 체제로 묶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 달에 미국 시장에서 4만9368대(시장 점유율 3.4%)를 판매해 미 시장 진출 이후 월간 최다 판매 및 최고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미국 시장의 추가 성장하려면 브랜드 고급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강철구 이사는 “지금까지 소형·중형차 전략으로 재미를 봤다면 이제부터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일류 브랜드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미국에 상륙한 베라크루즈와 연말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가 현대차 브랜드의 고급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도요타는 2000년부터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를 미국시장에 팔고 있다”며 “대체연료 차종 개발에 더 투자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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