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공연장 순례] 1. 빈 무직페어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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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 전세계 음악애호가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요한 슈트라우스의 경쾌한 왈츠와 함께 이탈리아 산레모에서 공수해온 꽃으로 수놓은 빈 무직페어라인의 황금빛 내부 장식이 감탄을 자아낸다. 무직페어라인은'음악 모임'이라는 뜻이다. 건물 소유주는 1812년 베토벤의 오페라 '피델리오'의 대본작가인 요제프 존라이트너의 주도로 결성된 빈 음악애호가협회. 1870년 1월 6일 무직페어라인이 개관하기까지에는 베토벤의 제자였던 루돌프 대공의 재정적 도움이 매우 컸다.

대극장인 '황금홀'은 세계 최고의 음향을 자랑하는 심포니 전용홀이다. 지휘자 브루노 발터는 "(무직페어라인 무대에 서기 전에는) 음악이 그토록 아름다운 것인 줄 몰랐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법이 등장하기 전에 설계된 것이어서 '음향학의 기적'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테오필 폰 한젠(1813~91)이 설계한 이 공연장은 건물 곳곳에 그리스 건축의 영향이 배어 있다. 황금홀(1천6백80석)에는 32개의 여신상이 발코니석을 떠받치고 있다. 아우구스트 아이젠멩어가 그린 천장 벽화 '아폴로와 뮤즈신들'등 풍부한 내부장식은 좌우 벽면 상단의 창문 40여개와 20개의 발코니석 출입문과 함께 객석 구석구석에 소리를 확산시킨다.

길이 48.8m, 너비 19.1m, 높이 17.75m로 만석(滿席)시 잔향 시간 2.0초를 자랑한다. 실내를 대부분 회반죽을 바른 벽돌로 마감했고 무대와 출입문만 목재를 사용했다. 베토벤.브람스.브루크너.말러 등 고전.낭만주의 교향곡을 연주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홀은 없다. 보스턴심포니홀이나 탱글우드 세이지 오자와홀도 이 황금홀을 모델로 설계한 것이다.

빈 필하모닉은 이곳에서 연간 30여회의 공연을 치른다. 실내악 전용홀인 브람스홀(6백석)이 딸려 있으며 건물 내에 음악애호가협회 사무실, 음악출판사 우니페어잘 에디치온, 빈 남성합창단, 빈 필하모닉 사무국 등이 입주해 있다. 현재 광장 지하공간에 교육센터.리허설룸을 확충하는 대대적인 개.보수 공사를 진행 중이다. (www.musikverein.at)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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