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수입 끊겨 수송·생산부문 우선 영향 곡물·외화난 가중 중국향배 가장 큰변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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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만약 북한이 핵문제를 끝내파국으로 몰고가 전면적인 경제 봉쇄조치가 내려지면 북한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크게 주목된다.
북한은 자력갱생의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나라에 비해 경제봉쇄조치에 따른 파급효과가 상대적으로 작다고는 하지만 이 조치가 장기간 계속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경제에 깊은 주름살을 던져줄 것이 틀림 없다는게 관계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와 관련, 대한무역전흥공사(KOTRA)는 최근 해외 23개 무역관을 통해 입수한 북한동향보고서를 중심으로 대배경제봉쇄조치에 따른 예상효과를 분석했다.
다음은 그 요지.
북한의 대외무역 총규모는 27억2천만달러(91년기준)로 국민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11· 9%에 불과해 배한경제의 대외경제 의존도는 극히 낮은 수준이다.
북한의 나라별 수입비중을 보면 중국· 일본· 독립국가연합(CIS)· 홍콩· 이란등 상위 5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72· 7%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 일본· CIS등 3개국이 57· 7%를 점하고 있다.
이는 수입이 특정국가에 집중되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북한의 상품별 수입구조를 보면 에너지원인 광물성 연료가 28· 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기계및 운송설비 18· 9%, 농산물 11%등의 순이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경제봉쇄조치가 이뤄질 경우 대외수입비중이 높은 원유· 곡물 및 제조설비· 수송장비 수급에 우선적인 타격을 미칠 것이다.
우선 수요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원유는 공업생산· 수송· 어업등 산업부문에서의 역할이 절대적이어서 원유도입이 중단되면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북한의 원유수입은 87년 2백만t 수준에서 92년 1백10만십 (추정) 으로 줄어드는 등 계속 감소세를 보여 심각한 원유난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배한의 전체 에너지원중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불과해 경제봉쇄조치가 내려지더라도 당장 북한경제에 마비를 초래할 것 같지는 않다.
식량의 경우에도 91년도 곡물생산량이 4백50만t에 불과, 소요량 6백50만십에 크게모자라 약 7천9백80만 달러규모의 밀등 곡물을 캐나다· 호주· 태국등지에서 수입해왔다.
작년에는 타지역에서의 수입을 중단하고 수입원을 중국으로 단일화해 중국에서만 약 6천8백50만달러어치를 들여왔다.
금액면에서 전체 곡물 수입이 감소하긴 했지만 아직도 절대량이 부족해 수입에 의존하고 였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봉쇄조치가 가져올 영향은 매우 클 수 밖에 없다.
북한의 수입품중 두번째로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제조설비및 운송장비의 경우 일본· 체코· 중국· 독일등에서 주로 수입돼 주요 산업의 생산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새로 도입된 설비에서 생산된 제품은 대서방 수출 외화획득원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경제봉쇄로 서방으로부터 수출용원자재와 함께 설비도입이 중단되면 경화결제 수출상품 생산이 크게 줄어들어 배한의 외화난은 한층 더 가중될 것이다.
특히 일본의 경제봉쇄조치는 교역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겠지만 재일 조총련의 대배 자금 유입을 차단할 경우 배한으로서는 외화획득원에 큰 차질을 빚게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전면적인 대배경제봉쇄조치가 취해질 경우 단기적으로는 큰 효과가 없으나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비교적 낮은 대외 의존도에도 불구하고▲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산업생산 부문의 타격▲식량부족으로 인한 국민생존의 위협▲서방으로부터의 외화수입중단등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높은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 볼때 배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에 따른 국제사회의 압력수단인 경제봉쇄조치는 일본· 중국· 미국· 러시아등 주변국가들의 일치된 행동통일에 따른 봉쇄가 아닐 경우 효과를 얻기 어렵다.
특히 중국의 참여 여부가 경제봉쇄조치의 효과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남북한간의 경협문제는 핵문제와 연계한 전면적인 봉쇄보다는 사태진전 추이에 따라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구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사태의 진전에 따라 교역-임가공-소규모투자-대규모투자등으로 확대하는 단계적전략이 바람직하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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