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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대통령­우파내각/불안한 동거/사회당 참패… 불 정국 전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정책마다 주장 달라 마찰 불보듯/우파 “미테랑은 상징적 존재”격하
28일 막을 내린 프랑스 총선에서 예상대로 우파연합이 압승함으로써 프랑스 정국은 제2의 동거(코아비타시옹)시대를 맞게됐다.
이번 총선에서 양대 우파정당인 RPR(당수 자크 시라크)와 UDF(당수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가 제휴한 우파연합(UPF)은 전체의석의 약85%에 달하는 4백80석 이상을 차지,사상 유례없는 초거대 우파의회를 탄생시켰다.
지난 총선에서 사회당은 37.7%의 득표율을 기록했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17%선을 얻는데 그쳤다. 이는 지난 81년 프랑수아 미테랑대통령 당선으로 시작된 사회당 12년 장기집권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에다 10.5%에 이르는 실업률 등 최근의 심각한 경제상황까지 겹쳐 사회당의 몰락을 촉진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정치자금 불법조달,수혈관리 소홀에 따른 에이즈 확산 등 사회당 정부의 각종 스캔들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 됐다.
프랑스 정치사상 두번째 동거정부 출범으로 우파 출신 각료들에 둘러싸여 좌파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기현상이 되풀이되게 됐다. 우파연합은 제1차 동거정부(86년 3월∼88년 6월) 때와는 달리 국민지지를 무기로 국정의 주도권 장악을 공언하고 있어 95년 임기까지 남은 2년동안 미테랑대통령은 내각과 외롭고 힘겨운 게임을 벌이지 않을 수 없게됐다.
프랑스 5공화국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과 총리가 같은 정당 소속일 때는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가 되지만 서로 다를 때는 사실상의 2원집정제 형태가 될 수 밖에 없다. 외교·국방은 대통령 고유권한이고 그밖의 내정은 총리의 권한이라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지만 헌법조항만으로 보면 모호한 구석이 많아 동거정부하에서는 대통령과 총리간에 갈등과 대립이 많을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1차 동거때와는 다른 압도적 다수의석을 무기로 우파는 미테랑대통령을 독일대통령과 같은 상징적 존재로 전락시키겠다고 큰소리치고 있는만큼 앞으로 프랑스 정국에는 적지않은 혼란과 불안이 예상되고 있다.
한편 우파내각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기존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독·불 협력에 바탕을 둔 유럽통합 정책의 기조는 큰 변화없이 유지될 것이고 남북한 관계에서 한국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는 대한정책에도 전혀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대내적으로는 효율성과 민간주도를 내세우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에 약간의 변화가 예상되지만 현재의 심각한 경제여건에 비추어 정책선택의 폭이 매우 좁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특히 전통적으로 우파지지인 농민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서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에 비타협적인 프랑스정부의 자세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미­프랑스 더 나아가 미­유럽공동체(EC)간 통상마찰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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