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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업체장 부적격 없나(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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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영기업체장이 혹시 경영혁신을 주도할 능력이 없다면 「신경제」는 공허한 이야기로 끝날지도 모른다. 국영기업의 예산총액이 중앙정부 일반회계 예산의 두배를 웃돌고 있다는 사실은 이들 기관장의 경영능력이 국민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따라서 이들의 실적에 대한 평가도 엄격해야 할 이유가 된다. 그러나 최근 정부투자기관장으로 내정된 인사들 가운데 일부는 이러한 기준이나 전문성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어떤 인사는 정치적 배려에 의한 논공행상이 아니냐는 인상을 준다. 이래서야 제대로 경영혁신이나 개혁이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이번 인사를 보면 공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시각이 아직도 지나치게 단순한 것 같다. 공기업은 대국민 서비스 과정에서 재정적 손실을 내도 어쩔 수 없지 않느냐 하는 사고방식이다. 그래서 적자부분은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면 되고 따라서 누구를 사장으로 앉혀도 괜찮다는 식이 아닌지 모르겠다. 정부투자기관장에 대한 인사가 이러하다면 추가적으로 단행될 이들 기관의 자회사에 대해서도 낙하산식 인사가 이어지고 지방공기업의 임원과 집행간부들도 전문성이 없는 외부영입인사로 채워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공기업은 사적이윤을 추구하는 민간기업과 달리 공공의 복리를 우선한다. 그렇다고 해서 재정적 손실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시각은 바뀌어야 한다. 공기업의 책임자가 국민에게 생활편익을 제공하면서 적절한 이익을 내도록 경영효율을 높이려면 실질적으로 조직을 통제하고 최적의 자원배분을 하도록 감독할 능력과 경륜이 있어야 한다. 세계의 주요 선진국들이 공기업을 통폐합하거나 민영화 추진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은 비효율적 경영이 국민경제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시장진입 규제는 점차 완화되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데 우리나라의 공기업이라고 해서 계속 독점적 지위를 누릴수는 없게되어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자율적인 시장기능의 활성화에 있는만큼 공기업도 이같은 경영환경에 맞게 틀을 갖추고 인사도 쇄신해야 한다.
경영생산성을 따질줄 모르는 인사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공기업을 맡게된다면 그처럼 불행한 일은 없다. 재정의 수지에도 엄청난 부담을 줄 것은 물론이다. 공기업에 대해 실질적인 통제권을 갖고있는 관계당국은 공기업의 시장기능의 효율성과 공공복리의 증진이라는 두가지 측면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규제만이 제일은 아니다. 감독과 통제를 적절히 조절해서 유능한 국영기업체장의 활동기반을 넓혀주어야 한다. 정부내에 존재하는 복잡다양한 절차가 오히려 국영기업의 경영개선을 방해하는 경우가 있다면 이에 대한 과감한 시정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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