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중 7번 … 안희정 등 측근 모두 특별사면 … 또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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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7일 공개한 '우리 헌정 제도 다시 손질해야 합니다'라는 글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 글을 통해 특별사면권 제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정부는 노 대통령 임기 마지막 사면의 시기와 대상 형식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이 대통령의 글에 대해 "8.15 특별사면 시행 여부와 무관한 원론적 제안"이라고 말했지만 야권 등에서는 "말 따로 행동 따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면을 단행할 경우 그 시기와 대상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8.15 특사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노 대통령은 59돌 제헌절을 맞아 발표한 글에서 "사회적 요구를 내세워 사면을 요청하는 여론이 높아졌다가 막상 사면을 하면 정치적 비난이 높아지는 우리 사회의 이중성이 문제"라며 "사회적 합의로 사면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하거나 차제에 헌법을 개정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회의원 면책특권이 무책임한 정치 공세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 면책특권을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사면권을 남용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취임한 뒤 지금까지 모두 일곱 차례 특별사면을 했다. 역대 정권별 사면 횟수는 박정희 정부 25회, 전두환 정부 18회, 노태우 정부 7회, 김영삼 정부 9회, 김대중 정부 4회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공식 논평에서 "노 대통령이 안희정씨 등 측근들을 풀어주면서 사면권을 정치적으로 악용해 왔다"며 "이제 와서 사면권을 제한하자고 하는 것은 의원들의 면책특권을 제한하기 위한 물타기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측은 "대통령의 글은 정치 선진화를 위한 문제 제기로, 이를 실행하기 위한 추진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천호선 대변인)고 말했다.

◆내각제도 주장=노 대통령은 이날 "단임제로는 멀리 내다보는 국정 운영이 어렵다"며 개헌 필요성을 다시 한번 역설했다. "당론으로 약속한 지 석 달이 넘도록 각 당과 대선 후보들이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 선거 시기에 이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내각제는 정당 책임정치를 구현하고 여소야대의 정치 구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라며 "개헌 논의가 폭넓게 진행된다면 내각제도 대안의 하나로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퇴임한 뒤 내각제 개헌론 확산에 나서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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