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전설' 맨U가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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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세대 의과대학 연구원 구본주(26)씨는 16일부터 일주일간 휴가를 냈다. 박지성 선수가 뛰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U)가 18일 방한, 20일 오후 8시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프로축구 FC 서울과 친선경기를 하기 때문이다. 그는 5만 명의 회원을 거느린 맨U 서포터스 인터넷 카페의 운영진이다. 18일부터 맨U의 모든 행사에 참가할 계획이다.

#2. 6월 1일 오후 9시, 인터넷 경매사이트 옥션에 13만 명이 동시 접속했다. 맨U와 FC 서울 경기를 예매하기 위해 몰려든 팬들이었다. 몇 분 만에 서버가 다운됐다. 6만5000장에 이르는 입장권은 여섯 시간 만에 매진됐다. 예매 다음 날부터 인터넷에는 '표를 판다'는 암표상이 생겨났다. 정가 5만원인 2등석 티켓 가격은 30만원까지 치솟았다.

대한민국 스포츠의 '아이콘(icon)' 박지성은 2005년 7월 맨U에 입단했다. 그 후 2년, 맨U는 '제2의 국대(국가대표)'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어냈다. 루니.호날두.긱스 등 초호화 멤버가 포진한 맨U의 인기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맨U의 첫 방한 경기를 앞두고 10대 남성 매니어 층으로 이뤄졌던 맨U 팬이 여성과 중장년 층으로 확대되면서 '맨U 열풍'이 불고 있다.

◆생활을 바꾸다=카이스트 전산과 2학년인 이용재(20)씨는 주말마다 대전에서 서울로 상경한다. 맨U 서포터스들을 모아 응원 연습을 하기 위해서다. 요즘은 아예 서울 친구 집으로 올라와 생활하고 있다. 맨U의 방한 하루 전인 17일, 잠실에는 이씨를 포함해 수십 명의 맨U 팬들이 응원 최종 리허설을 했다. 리더 격인 이씨는 "FC서울 팬들에게 뒤질 수 없다"며 "더 많은 팬이 즐길 수 있도록 단단히 연습해 놓겠다"고 말했다.

맨U 때문에 직업이 바뀐 사람도 있다. 장재훈(33)씨는 4년 전부터 취미로 축구 유니폼을 수집했다. 맨U의 인기가 크게 올라가면서, '장사가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아예 인터넷 쇼핑몰을 차렸다. 장씨는 "해외 축구 유니폼을 전문으로 하는 쇼핑몰이 국내에만 70~80곳"이라고 전했다.

◆콘텐트와 마케팅을 바꾸다=맨U는 인터넷 스포츠 콘텐트(기사.동영상)의 지형을 바꿔놓았다. 네이버 스포츠팀 김훈 기획 담당은 "박찬호 선수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보다 더 큰 변화를 겪었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경우 2005년 전체 스포츠 콘텐트 중 국내 프로야구가 30%, 메이저리그가 25%였고 해외축구는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박지성이 진출한 이듬해인 2006년엔 해외축구가 전체의 23%를 차지했다. 국내 프로야구(25%)와 맞먹는 인기다. 국내 미디어는 맨U를 중심으로 해외축구 관련 기사를 하루 400~600여 건씩 쏟아내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2월 맨U의 이름을 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신용카드를 내놨다. 이재형 신한은행 홍보과장은 "1년 동안 70만 명의 회원을 모은 카드 업계 최고의 히트상품"이라고 말했다. 서울 신라호텔은 경기 1등석 입장권, 맨U 티셔츠와 1박2일 숙박권을 연계한 상품을 내놨다. 맨U 팬인 고려대 대학원생 김광우(26)씨는 "삼성이 첼시, LG가 풀럼의 스폰서로 나선 걸 볼 때 맨U라는 이름만 내걸어도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강인식.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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