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자인 임채정 국회의장을 포함, 이용훈 대법원장.이강국 헌법재판소장.한덕수 국무총리.고현철 중앙선관위원장이 참석 대상이다. 5부 요인은 아니지만 노 대통령도 초대됐다.
노 대통령과 함께하는 제헌절 5부 요인 만찬은 현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04년 처음 시작됐다.
노 대통령과 헌법기관의 최고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하며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국사를 논의하는 모임으로 자리를 잡았다. 수해 피해가 있었던 지난해에만 제헌절 대신 8월로 연기해 열렸을 뿐 만찬은 매년 이어져 왔다.
임 의장 측은 1주일 전부터 5부 요인에게 "제헌절 만찬이 17일 오후 6시30분 한남동 의장 공관에서 여느 때처럼 진행된다"고 알렸다. 경호와 음식 장만 등 국가 요인을 모시기 위한 준비 작업이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 만찬은 17일 오전 갑자기 취소됐다. 왜 그랬을까. 노 대통령이 헌재에 낸 헌법 소원 심판 때문이었다.
노 대통령은 "선관위가 내게 선거 중립 의무를 준수해 달라는 요청을 함으로써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지난달 선관위원장을 걸어 헌법 소원을 냈다. 이 때문에 이강국 헌재 소장과 고현철 중앙선관위원장, 노 대통령의 관계가 껄끄러워지게 됐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헌법기관의 대표들이 '사건 의뢰인'(노 대통령)과 '심판관'(이 소장)의 처지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16일 저녁 임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만찬에 불참할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노 대통령이 개인 자격으로 낸 헌법 소원 사건이 계류 중인 상황에서 대통령과의 만찬에 참석하게 되면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한다.
헌재 측은 17일 "불참 결정은 헌재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이 소장의 개인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의장은 이때만 해도 나머지 인사들로만 만찬을 진행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17일 아침 고현철 선관위원장마저 참석이 어렵다는 뜻을 전하면서 회동 자체가 무산됐다. 전화로 불참 의사를 전달한 고 위원장은 오전 10시 국회에서 열린 제헌절 행사장에서 임 의장을 만나 재차 "노 대통령 발언이 선거 중립 의무에 어긋나는지를 결정해야 하는 입장에서 대통령과 자리를 함께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뜻을 전했다고 국회 관계자가 말했다.
임 의장은 결국 오전 11시쯤 청와대에 "(여섯 사람 중) 두 분이 빠진 상황에서 대통령을 모시는 게 결례가 될 것 같다" 며 행사 취소의 뜻을 밝혔고 청와대가 이를 수용했다. 이강국 헌재 소장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지명 파문'의 홍역을 치른 뒤 올 1월 노 대통령이 지명했다.
김정욱.김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