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역대 최강 원투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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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막강 '원투펀치(팀의 제1.2선발투수)'를 가진 팀은 행복하다. 선발 다섯 명 중 최소 두 번은 확실히 승리를 챙길 수 있는 투수가 있기 때문이다.

한번 마운드에 서면 여러 이닝을 소화해 다른 투수들에게 쉴 시간을 주는 것도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런 점에서 올 시즌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두산은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 원투펀치 리오스(左)와 랜들(右)의 위력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두산이 전반기 80경기에서 43승을 올린 가운데 두 투수가 합작한 승수는 21승, 팀 승리의 절반을 책임졌다. 다승(13승3패)과 평균자책점(1.60) 1위인 리오스는 한국 프로야구 8년 만의 20승 투수로 기대를 모은다. 경기당 7.4이닝을 책임지고 있다.

팔꿈치 부상으로 전반기 막판 휴식을 취한 랜들(8승3패)은 리오스가 시즌 초반 고전할 때 여섯 경기에서 5승을 챙기며 실질적인 에이스 노릇을 했다. 이들 두 외국인 투수의 맹활약은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원투펀치가 누구인가'라는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프로야구 26년간 최다승 원투펀치는 1985년 삼성의 김시진(현대 감독)-김일융이었다. 이들은 각각 25승씩 50승을 합작했고, 그해 삼성은 77승으로 전.후기 통합 우승했다.

89년 해태엔 선동열(21승)-이강철(15승) 콤비가 있었다. 둘은 팀의 65승 중 55.3%를 책임졌고, 한국시리즈에서 선동렬은 1승(1패)1세이브, 이강철은 2세이브로 팀의 4년 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이듬해에도 둘은 각각 22승.16승을 올렸다.

어느 쪽이 더 강할까. 85년 당시 선수로 활약했던 김경문 두산 감독은 "김시진.김일융의 공은 타자들을 확실히 압도했다"며 이들에게 점수를 줬다. 선동열.이강철의 공을 상대해야 했던 김광림(당시 OB) 두산 코치는 "선동열의 강속구와 이강철의 변화구는 타자들 사이에서도 치기 어렵기로 소문이 날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요즘 랜들이 타자와의 수 싸움으로 승수를 쌓고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평했다.

한편 당사자인 김시진 감독은 "85년엔 선발로 나온 다음날 중간계투로 나와 승리를 올리기도 했다"며 "마운드 분업화가 확립된 지금과 객관적 비교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팀 타선과 수비도 변수다. 김재박 LG 감독은 "타선과 수비가 받쳐주는 팀이 존재해야 최강의 원투펀치도 있는 법이고, 그게 올 시즌 두산"이라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김진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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