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00…키워드는 물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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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떼기로 돈이나 처먹는 ×들은 싹 갈아뻐려야지, 정치판이 이래서야 쓰것어요. 서민들은 등이 휘고 있는디."

"맞당께요. 이쪽 저쪽 다 도둑×들이지. 몽땅 쪼까내도 분이 안풀릴 것여."

5일 오전 5시10분 전북 전주시 효자동의 한 기사식당. 4.15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기 위해 출마를 준비 중인 김현종(43) 전 청와대 행정관은 버스기사들과 악수를 하다가 일장 연설을 들어야 했다. 金씨는 "요즘 하루 평균 1천번씩 악수하는데 정치판 욕하는 얘기가 거의 전부"라며 "그래도 '저는 정치신인입니다'라고 하면 '어떻게든 정치판 좀 깨끗이 해 달라'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는다"고 전했다.

17대 총선이 6일로 꼭 'D-1백일'이다. 역대 선거사상 최고치에 이를지 모르는 2천여명의 후보가 레이스에 나설 태세다. 이번 총선의 최대 화두가 '물갈이'이기 때문이다. 광주가 지역구인 민주당의 한 현역 의원은 "지난해 말 시민 여론조사 결과 현역의원을 찍겠다는 응답이 10%도 안 나와 초비상이 걸렸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도 "각 정당 간에도 물갈이 경쟁이 붙은 것 같다"며 "물갈이를 빼놓고 유권자의 관심을 끌 길이 없으며 당의 사활이 걸린 터라 봐주고 안 봐주고 할 여유가 없다"고 했다. 민주당 장성민 청년위원장도 "국민은 어느 당의 낙천자 리스트가 더 알차냐를 놓고 유권자들이 당 쇄신 의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한나라당은 최소 30%, 열린우리당은 최대 70%까지 당내 경선을 보장키로 내부 방침을 정해둔 상태다.

민주당 강운태 사무총장도 "국민 참여 경선이든 여론조사 방식이든 거의 예외없이 호남지역도 경선이란 관문을 통과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노당은 "물갈이만으로는 안 된다. 정치권 전체를 '판갈이'해야 한다"며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그 틈을 비집고 시민단체들까지 '2004 총선 물갈이 국민연대'를 결성해 당선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물갈이 욕구가 이처럼 넘치지만 정치신인들에게 현실 정치의 벽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우선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면서 어느 지역이 선거구가 될지 확정조차 안 된 상태다. 국회 정개특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절반 정도의 선거구가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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