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광란의 투기 열풍은 그해 8월을 넘기지 못했다. 남해회사의 장밋빛 사업전망이 사기에 가까운 허황된 약속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거품은 한순간에 꺼지고 말았다. 남해회사의 주가는 18개월 동안 10배나 올랐다가 6개월 동안 84%가 떨어졌다. 자신의 투자가 중력의 법칙을 이길 수 있다고 믿었던 뉴턴은 여러 채 집값에 해당하는 2만 파운드를 날렸다.
이 무렵 해협을 사이에 둔 프랑스에서도 투기 광풍이 불어닥쳤다. 1717년 당시 프랑스의 지배하에 있던 미국 미시시피강 유역의 독점무역권을 따낸 미시시피 회사는 연간 40%의 배당을 약속하며 주식 공모에 나섰다. 공작과 후작·백작들이 다투어 주식 청약에 나섰고, 이윽고 하녀와 마부들까지 투자 대열에 뛰어들었다. 신주는 발행하자마자 매진됐고, 파리의 금융가인 켕캉푸아 거리는 투자자들로 콩나물 시루를 방불케 했다. 미시시피 회사의 주가는 불과 몇 시간 동안 20%씩 값이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1720년 초 드디어 이 회사의 사기극이 드러나면서 주가는 재앙에 가까운 수준으로 폭락했다. 13개월간 무려 62배나 올랐던 미시시피 주가는 그 다음 13개월간 99%, 100분의 1로 떨어졌다.(시장의 유혹, 광기의 덫)
올 들어 지칠 줄 모르고 오른 국내 주가가 코스피 지수 2000을 눈앞에 두고 있다. 18세기 남해회사나 미시시피 회사의 광적인 투기 열풍에야 물론 비할 수 없겠지만,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묻지마’ 식 투자 열기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거래 수수료로 먹고사는 증권사 사장단이 모여 ‘증시 과열’을 식힐 대책 마련에 나선 지금이 투자자들도 잠시 머리를 식힐 때가 아닐까.
김종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