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서 “일단 관망” 선회/북 「핵확금」 탈퇴… 미 대응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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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90일 유예기간동안 북 태도변경 설득/안보리제재는 최후의 수단으로 유보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둘러싼 대책을 놓고 미국은 당초 일반적으로 예상됐던 것보다 훨씬 여유있는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가 처음 발생했을때 일부에서는 안보리의 소집과 안보리의 경제제재를 포함한 조치들이 곧 수반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빌 클린턴미대통령의 15일 언급내용으로 보아 미국은 이 문제를 적어도 앞으로 90일안에,그것도 우선은 IAEA라는 기구의 결정을 보아가며 마지막으로 유엔을 동원하겠다는 자세를 갖고있는 것이 확인됐다.
○IAEA “분수령”
이날 클린턴대통령을 포함해 백악관대변인이나 국무부대변인의 발표를 보더라도 미국은 유엔안보리에 대한 언급은 없이 금주에 있을 IAEA의 이사회 등에 대해서만 강조하고 있다.
특히 클린턴대통령은 IAEA의 조치가 나온후 자신의 반응을 결정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주말 리처드 바우처국무부대변인이 유엔안보리의 개입이 불가피한 것으로 비친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변화라고 말할수 있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미국은 앞으로 남은 90일안에 북한이 태도를 바꾸도록 일차적인 노력을 벌이고 그뒤에 가서 유엔의 제재조치를 취해도 늦지않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클린턴대통령은 북한이 핵사찰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위협도 하고 있으나 미국은 북한이 앞으로 탈퇴결정을 번복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북한의 이번 결정이 영구적인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는 매우 의미있는 발언을 하고 있다.
북한의 이번 탈퇴 결정의 이유는 팀스피리트훈련과 IAEA가 미국의 사주를 받아 북한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 두조건이 가변적인 것이 될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경제제재 회의론
우선 팀스피리트 훈련은 이번 19일이면 끝나게 되므로 이후에 북한의 자세 변화가 있을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북한의 IAEA에 대한 불만만 하더라도 이번주 IAEA이사회에서 북한에 권고사절단 등을 파견해 북한의 불만을 경청하는 형식을 밟는 경우 어느정도 마음을 누그러뜨릴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이러한 상황적인 요인 외에도 미국으로서는 이런 식의 카드밖에 없다는 한계성에 기인된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이 당장 유엔안보리를 연다해도 북한에 대한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우선 북한에 경제제재조치를 취하는 문제만 해도 효율성면에서 회의가 대두되고 있다.
쿠바의 경우 미국의 봉쇄정책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견디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부족하지만 자급자족의 체제를 갖추고 있는 북한이 경제봉쇄를 견뎌 내리라고 보고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탈퇴를 발표할때 그러한 경제제재를 다 고려하고 있다고 큰소리 친 배경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유일한 후원자격인 중국의 태도로 보아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의 참여없는 경제제재는 무의미한 것이다.
그렇다고 전면전을 불사하고 핵시설에 대한 기습공격을 감행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단계적 수단강구
반면 북한이 NPT를 탈퇴한 상황을 방치할 경우 미국의 탈냉전시대의 최대과제인 핵확산 방지라는 목표가 어이없게 무너질 것이며 북한의 핵보유는 동북아에 새롭고 엄청난 긴장을 가져오는데 고민이 있는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처음부터 선뜻 강경책을 내놓았다가 불발에 그칠 경우 다른 카드가 없다는 점때문에 완만하고도 단계적인 조치를 취해 시간을 벌면서 수단을 강구해 보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유엔안보리의 제재는 최후의 수단으로 유보하고 우선은 IAEA이사회 등을 열어 북한에 설득사절을 보내고 중국 등에 협조를 구하는 수순을 밟자는 의도인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미국과 북한간의 직접대화도 가능하다.
바우처국무부대변인은 미­북한간의 북경접촉창구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 창구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될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이 이 문제로는 대화의 창구를 격상시키지 않는다는 방침은 아직까지 분명한 것같다.
북한이 떼를 쓰고 있는 것을 유화자세로 받아들일 경우 북한의 의도에 휘말린다는 인식은 분명하기 때문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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