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브랜드 지키려 7년 만에 중국 자금성 매장 문닫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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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의 문화 자존심과 미국의 브랜드 자존심이 격돌했다. 베이징(北京) 고궁 박물관인 자금성(紫禁城)에 매장을 운영하던 미국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를 둘러싼 얘기다.

스타벅스는 13일 20㎡(약 6평) 규모 자금성 매장의 문을 닫았다. 2000년 자금성 관리위원회 간부들의 축하를 받으며 매점을 연 지 7년 만이다. 중국 역사와 전통문화의 성지인 자금성에 서구문화의 상징인 스타벅스 매장이 존재하는 것을 그냥 둘 수 없다며 인터넷 등에서 시비를 붙는 일부 국수주의적 중국인들 때문에 한발 물러선 것이다.

그동안 자금성 관리위는 스타벅스 측에 '스타벅스' 브랜드를 사용하지 말고 다른 음료 매장처럼 '자금성' 브랜드를 사용할 것을 요구해 왔다. 미국 내 일부 대형 공원에서 판매되는 음료가 공원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는 사례에서 따온 것이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폐점을 선택했다. 회사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브랜드를 포기하면서까지 자금성에서 영업을 하진 않겠다는 경영층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중국 스타벅스의 엘든 운이텅 부사장은 "회사로서는 여러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스타벅스라는 브랜드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이었고, 이는 회사의 오랜 경영 원칙에 위반된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본사가 시애틀에 있는 스타벅스는 1999년 1월 베이징에 중국 1호 점을 열었다. 이듬해에 문을 연 자금성 매장은 성내 37개 각종 점포 가운데 매출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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