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다가선 북 핵위협/북한 NPT탈퇴 파문…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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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반도주변 핵경쟁 가속우려/「팀」훈련 영구중단조건 협상 모색여지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으로 한반도에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국제적인 의심 속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을 거부하기 위해 NPT를 탈퇴한 것은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북한은 NPT탈퇴로 국제적인 핵사찰 의무를 벗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북한의 기도가 성공한다면 핵무기확산금지체제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따라서 이 체제의 유지 임무를 위임받고 있는 IAEA나 이 체제의 기득권층이라 할 수 있는 핵무기 보유국들로서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북한의 NPT탈퇴가 남북한간의 문제를 떠나 국제적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정부는 12일 북한의 선언 직후 외무부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오후 늦게 안보장관회의를 열어 북한이 탈퇴선언을 철회토록 촉구하는 정부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성명은 한반도에 고조되고 있는 긴장분위기를 반영,매우 단호한 것이었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경계심을 보이고 국제제재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이 NPT를 탈퇴한 것은 주권사항이므로 국제적으로 제재할 명분이 없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스라엘 등 일부 나라도 아예 NPT에 가입하지 않고 핵무기 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NPT를 탈퇴하기 위해서는 NPT 전체 회원국과 유엔 안보리에 「자국의 최고 이익을 위태롭게 한다고 판단한 설명」을 첨부해 3개월전에 통고해야 한다. 적어도 앞으로 3개월이 지난 뒤에야 정식으로 탈퇴할 수 있으며,따라서 IAEA는 아직 북한문제를 다룰 권리와 의무를 갖고 있다.
IAEA는 곧바로 긴급이사회를 소집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지만 강제조치를 취할 아무런 힘이 없다. 때문에 북한이 안보리에 탈퇴 통고를 하고 안보리가 이에 대해 대응할 때까지 주도적인 반응을 보이기는 어려운 처지다.
북한이 사찰을 수용하지 않는 한 어차피 이달말이면 북한 핵문제는 안보리로 넘어갈 처지였다. 또 안보리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사안을 다루게 돼 있다. 한국 정부성명이 북한의 조치가 「세계 평화와 안전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를 암시한 것이다.
중국을 제외하고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모두가 북한의 조치를 비난하고 나섰다. 중국도 지난 2월 IAEA이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특별사찰을 결의할 때 투표를 하면 기권할 뜻을 비춘 점을 고려하면 북한의 탈퇴 조치를 옹호하고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직 협상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 북한은 12일 성명에서 탈퇴할 수 밖에 없는 「긴급사항」을 ▲한반도에서의 핵전쟁연습(팀스피리트훈련) ▲IAEA의 부당한 사찰요구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후자는 IAEA가 즉각 반박했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 이미 훈련은 시작됐지만 오는 18일 종료하게 되어있어 앞으로의 영구중단 방안 등이 협상카드로 제시될 수 있다.
안보리에서는 ①북한의 특별사찰 수용 촉구 등 경고 ②경제봉쇄 ③군사제재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 중국도 포함돼 있는 안보리로서는 경고조치를 취한 뒤 일정기간의 협상기회를 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북한의 강석주외교부 부부장도 12일 기자회견에서 경제봉쇄 등 국제제재를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최악의 카드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일찍부터 미 의회 등에서는 제한 북폭론도 제기됐었다. 그러나 주변 강대국이야 무력까지를 포함한 대응방안을 쉽게 결정할 수 있겠지만 한국으로서는 그런 극단 조치를 받아들이기엔 너무 부담이 크다. 그것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사정거리가 1천㎞에 달하는 스커드미사일을 보유한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 것은 주변국들의 경계심을 자극,역내 핵경쟁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더군다나 중국의 핵무기 보유가 세계 전체의 세력균형을 흔들어 놓았듯이 주요강국 사이에 끼인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동북아 정세 전반에 엄청난 변화가 야기될 수 있다. 심지어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면 이들을 계속 궁지로 몰 경우 도박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어 큰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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