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블로그] “내 통장에 100억원이 입금되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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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내 외환딜러의 통장에 1000만 달러(약 100억원)가 은행 직원의 실수로 입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외환 딜러는 자신의 블로그와 메타 블로그 ‘올 블로그’에 링크된 글 (http://link.allblog.net/4950641/http://blog.daum.net/csc7134/7203133)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그는 울산에 있는 동생뻘 친구에게 돈 1만 달러를 빌려주었는데, 지난달 29일 그 친구에게서 하나은행 외환계좌로 송금했다는 연락을 받고 컴퓨터를 켰다. 하지만 그는 무려 1000만 달러가 입금돼 있음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이같은 사고는 은행 직원이 콤마를 잘못 찍어 발생했다고 이 외환딜러는 밝혔다. 그는 울먹거리며 “살려달라”고 통사정하는 은행 직원에게 비밀번호를 가르쳐줘 사태를 수습토록 했다. 그는 이 댓가로 10만원짜리 꽃바구니를 사은품으로 받았다. 다음은 외환딜러의 글.

김영섭 기자


너무 황당한 일이라서 첨에는 컴퓨터가 뭐가 잘못되어서 그런 줄 알고 아내 통장으로 10만달러를 이체시켜 봤어요(제가 외환거래하는 회수와 액수가 좀 많아서 집사람 외환통장 만들어놓구 자주 쓰고 있거든요) 넘어가더라구요. 분명이 살아있는 돈이었어요.

허... 그담에는 손대기 싫더라구요. 은행에서 전화가 올 게 뻔하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울산 지점에서 저에게 전화가 울려대더라구요. 첨엔 일부러 안받았어요. 그러니 집에 집사람한테 전화가 왔더래요. 울산지점의 ○○○인데 자기가 실수를 해서 1만달러를 보내야 할 돈을 1000만달러를 보내서 대형사고가 생겼는데 (후에 안 사실이지만 은행직원들이 숫자가 많으면 콤마“,”를 자주 사용하는데 그렇게 하면 0이 3개가 동시에 들어간답니다. 그 직원이 1만달러를 보내야 하는데 콤마를 더 누른 거죠) 남편이 지금 전화를 왜 안 받느냐고.... 제발 좀 살려달라고 눈물을 흘리면서 사정을 하더래요.

집사람이 저에게 전화와서 빨리 돌려주라고 야단하는 거에요. 물론 내돈이 아니니까 돌려줘야 맞지만 그래도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돌려주더라도 그냥 돌려주기 싫더라구요.

한참 있다 울산중앙지점에서 오는 전화를 받았어요. 왜 그러냐고 했더니 자기가 월말이고 주말이 같이 끼어서 너무 바쁘다보니 실수를 했다고 통장 비밀번호를 대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당신 사기꾼이 아니냐, 은행에서 어떻게 그런 실수를 한다는 게 말이되냐. 하구 말장난치다가 그냥 불쌍해서 제 계좌비밀번호를 대줬어요. 그랬더니 은행직원이 하는 말이(일단 직원은 당황해서 말도 제대로 못해서 과장이 대신 해주더라구요) 자기들이 내가 고마워서 돈을 좀 보냈으면 좋겠는데 은행이라 그렇게 못하겠고 해서 간단하게 사은품 보내겠다구 하더라구요.

일단 일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비록 제 돈은 아니지만 돈 100억이 제 통장에 들어온 게 너무 자랑스럽더라구요.

근데 아쉬웠던 점은 그게 현금이라면 제가 어떻게 해서든 (중국이나 일본, 미국으로) 빼돌릴 자신이 있었는데 달러 통장에 달러로 있어서 은행시간 (참고로 제가 거래하는 하나은행 외환거래는 오후 3시면 거래가 끝납니다)지나니까 도무지 빼돌릴 시간이 없더라구요.

하도 자랑스러워서 이전에 은행에서 근무했던 친구놈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하는 말이 “야, 이 멍청아 너 오늘 복권 날렸다!”하면서 은행에서는 내 비밀번호를 내가 대주지 않으면 절대로 내 통장에 돈을 뽑아가지 못한다네요.
그래서 그럴때는 “나 그 통장 없어도 좋으니까 그냥 내버려 둬”하고 배 내밀면 은행이 그 돈이 묶여지기 때문에 어떻게든 나랑 합의보려고 한대요. 그럴 때 못이기는 척하고 돌려주라고 하더라구요. 당연히 그때는 보상액이 커지겠죠.
또 같은 아파트에 바로 아래층에 사는 인테리어하는 친구에게 말했더니 그냥 뻗치고 있으면 그 지점을 통해서 해결 못하면 본점에서 개입할 때 그때를 기다렸다가 합의를 해주면 떡이 더 크다고 말하더라구요.

나중에 하나은행에서 저의 집으로 꽃배달이 왔더라구요. 가격대가 10만원쯤 되어 보이더라구요.

그러니 결국은 100억 통장에 들어온 기념으로 10만원짜리 꽃을 받은셈이죠.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요. 저는 비록 돈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기분은 억수로 좋더라구요. 100억 가진 기분만큼이나.

세상에 참 재미있는 일도 있죠. 저도 복이 있나봐요. 집사람은 돈을 당장 돌려주라고 하더니 나보고 로또 가서 사오라더라구요. 그래서 사오마 해놓고 안 샀어요. 워낙 전 복권 한번도 사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런거 잘 믿지도 않아요.
참 재미있는 일이죠. 제 통장에 돈이 들어왔을때 제가 스크랩해놨어요. 자랑하려구요. 한번 보세요. 10만달러 이체해 보고 난 다음의 통장, 두번째는 울산에 있는 친구놈이 보내준 그 1000만달러 입금내역입니다.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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