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노인 식생활 이렇게 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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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라는 사양길을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속도로 내려가진 않는다. 보통은 연속적이고 불규칙하게 내려가지만, 어떤 사람들은 더 빨리 굴러 떨어진다." 미국의 노인병학자 하월의 말이다. 노화를 늦추고 건강한 노년을 보내기 위한 가장 확실한 보험은 영양적으로 균형 잡힌 식생활이다. 그러나 평균적인 한국 노인의 식생활은 낙제 수준이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노년의 식생활 여섯가지 원칙을 소개한다.

◇밥공기를 줄이자=노년기엔 기초대사량.신체 활동.근육의 양이 감소한다. 이러한 것들은 열량 소비를 떨어뜨리는 주범.

따라서 젊었을 때와 같은 식사량을 유지하면 남은 열량이 비만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하루 섭취 열량을 성인 권장량(남성 2천5백㎉,여성 2천㎉)의 8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밥은 한 공기의 70% 정도만 먹고, 배가 부르면 바로 숟가락을 놓도록 하자.

◇걸쭉한 국물을 식탁에 올리자=노인의 영양불균형은 치아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또 침 분비량이 줄어 음식을 삼키고 소화시키는 데도 애를 먹는다.

위액과 소화효소의 분비도 감소해 단백질.지방.철분.칼슘.아연.비타민 B12.엽산 등을 제대로 소화.흡수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채소.과일.고기를 얇고 잘게 자르거나 부드럽게 찌고, 믹서로 갈아 먹는 지혜가 필요하다. 연세대 식품영양과학연구소 이민준 연구교수는 "음식을 잘 삼키지 못하는 노인에겐 걸쭉한 국물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부족한 식이섬유는 감자로 보충하고, 현미밥.잡곡밥을 권했다.

◇동물성 식품을 더 많이 먹자=지난해 발표한 국민 건강.영양 조사에서 동물성 식품의 섭취량은 나이가 들수록 감소했다. 노인의 1일 평균 육류 섭취량은 54g으로 20대(1백2g)의 절반 수준이었다.

최근 광우병.조류 독감 파동을 겪으면서 육류 기피가 더 심해져 양질의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더 줄었다.

질 높은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매일 계란 흰자 1개를 오후 간식으로 먹고, 끼니 때마다 닭고기.생선.두부(콩) 중 한가지씩을 반드시 먹도록 한다. 특히 여성 호르몬(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콩은 폐경기 여성 노인에게 유익하다.

◇소금 섭취를 줄이자=노인은 미각 기능이 떨어져 더 강한 맛을 찾게 된다. 노인의 짠맛에 대한 역치는 30대의 3.5배(단맛 2배, 신맛 1.5배, 쓴맛 3배)다. 30대가 소금 1g으로 느끼는 정도의 짠맛을 노인은 3.5g에서 감지하는 것.

따라서 짠맛에 대한 감각이 줄어드는 노년기엔 소금을 너무 많이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과다한 소금 섭취는 고혈압.위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물을 하루 여섯잔 이상 마시자=노년기엔 갈증을 잘 느끼지 못해 탈수가 자주 일어난다. 특히 고혈압.심장병 때문에 이뇨제를 복용하는 노인은 수분 손실에 따른 탈수 위험이 매우 높다. 이를 피하려면 하루 여섯잔 이상 물을 마셔야 한다.

가톨릭대 식품영양과 손숙미 교수는 "국물 음식을 즐겨 먹고, 아침에 일어나서 차가운 물 한잔을 마시며, 이뇨작용이 강한 커피 대신 엷게 탄 녹차나 둥굴레차를 마실 것"을 추천했다.

◇우유를 하루 세잔 이상 마시자=65세 이상 노인의 1인당 하루 평균 칼슘 섭취량은 4백29㎎으로 하루 섭취 권장량(7백㎎)에 턱없이 부족하다. 더욱이 노년기는 오줌으로 칼슘이 많이 빠져나가는 반면 흡수는 잘 안 된다.

보건산업진흥원 김초일 국민영양팀장은 "칼슘은 우유.치즈.요구르트 등 유제품과 멸치 등 뼈째 먹는 생선에 풍부하다"며 "우유를 잘 소화하지 못하는 노인은 떠먹는 요구르트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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