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장래위해 최선다하는 「청각창애자 부모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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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자식을 둔 부모라면 자식의 못난 점은 깊숙이 감춰주고 잘난점은 되도록이면 크게 알리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청각장애자 부모회 회원들은 감추고 싶은 자녀의 아픔을 오히려 드러내 놓음으로써 고통을 적게하고 희망을 가꾼다.
지난 81년 첫 만남을 가진이래 13년째 꾸준히 모임을 이어오고 있는 청각장애자 부모회는 말 그대로 청각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의 모임. 회원들은 청각장애자녀에 대한 안타까운 사랑을 모두 가슴 한구석에 안고 있지만 그래도 희망찬 삶에 대한 의지 하나로 한달에 한번씩 모임장소인 청음회관(서울 방배동)을 찾아 모여 들곤 한다.
현재 회원은 모두 3백명, 매달 열리는 정기모임엔 약 30∼60명 가량의 회원들이 참가해 각자의 경험과 정보를 나누고 있다.
창립때부터 이 모임에 참가해오고 있다는 김회숙씨(45)는『부모들끼리 모임읕 갖는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면서 모임 자체를 달가워 하지 않는 장애자 부모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특히 청각장애자는 언어소통이 문제가 되는 까닭에 교육과정에서도 부모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 편이죠. 먼저 배우고 가르치려는 부모의 적극적인 자세가 자녀의 발음교정은 물론이고 인생관까지도 바꿔놓을 수 있지요』라면서 청각장애자 부모회는 장애가 있는 자녀를 더욱 이해하도록 도와주고 자녀들의 진로·교육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풀어왔다고 설명했다.
회원들은 정기모임이 열릴때면 특수교육전문가들을 초청해 전문적인 도움말을 듣기도 하고 수화에 익숙지 않은 어머니는 자녀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뒤늦게 수화를 배우기도 한다. 틈이 나는대로 농아 재소자들이 수감돼 있는 안양교도소를 방문해 농아인 재소자들만의 남다른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일 또한 청각장애자 부모회 회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활동이다.
또 연말이면 농아 할아버지·할머니들을 찾아 방문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보청기를 선물하는 등 봉사활동도 주로 청각장애자를 위한 것이 이 모임의 특징이다.
청각장애자 부모회는 특히 초대회장을 지낸 전인화씨의 장남이 청각장애에도 불구하고 외국유학까지 마치고 목사가 된 것, 최근 한 회원의 딸이 서울대 미대에 합격한 것 등 자녀가 한 사회인으로 자리잡는 것을 보며 모두 자기일처럼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며 용기를 얻곤 한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이 모임의 부회장 장복자씨(38)는『20대의 젊은 엄마부터 60대의 어머니까지 모두 한마음으로 뭉쳤지만 대부분의 회원들이 어머니 일색인것이 가장 아쉬운 점』이라면서 『올부터는 아버지 회원들을 비롯, 보다 많은 청각장애자부모들이 참여해 자녀들의 교육·취업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적극적으로 찾는 부모회로 힘을 키울 생각』이라고 덧불였다. <이은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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