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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생각하는 사람의 일기장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8호 20면

『장정일의 독서일기 7』 목차는 일기답게 그가 읽은 책의 제목 대신 연도로 내용을 구분하고 있다. 목차를 훑어보고 관심 있는 책에 관한 부분만 찾아 읽는 편리한 독서법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정일의 독서일기 7』을 읽을 때는 마음을 느긋하게 먹어야 한다. 장정일이 책을 읽은 일년 일년을 넘기며 난반사로 흩어지는 다양한 장르의 책들, 그리고 그 책들이 끌어내는 사유를 즐겨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은 가장 자연스러운 독서일지도 모른다.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그 책이 또 다른 책으로 인도하여 책읽기를 그치지 못하던 경험을 누구나 해보았을 것이므로.

장정일의 독서일기 7- 장정일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 280쪽, 1만원

엄청난 독서가인 장정일은 2003년 4월 20일부터 2007년 3월 6일까지 87권의 책을 주목했다, 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딘지 부족하다. 그는 자신이 읽은 책과 그 책을 읽기 위해 읽은 책, 그 책을 읽다 보니 떠오른 예전의 책들을 자유자재로 인용하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잊고 있던 『2002 월드컵 전쟁』을 그에게 일깨워준 책은 『김흥국의 우끼는 어록』이었는데, 그는 이 어록이 진정 ‘우끼는’ 까닭도 건조한 유머로 일러준다. 『조선 왕 독살사건』에 실린 여덟 명의 국왕 중에서 정조에 관해 생각할 때는 무려 여섯 권의 책을 인용하며 정조의 개혁정책을 생각해 보기도 한다.

『장정일의 독서일기 7』은 도대체 어떤 책을 먼저 읽어야 할지 모르는 광활한 독서의 영역을 제시하지만 이따금 귀여운 부분도 있다. 장정일은 축구에 관한 또 다른 장인 『축구장을 보호하라』 『피버 피치』 부분에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축구선수와 2002년 월드컵에 관한 기억과 골 세리머니에 관한 단상을 사족으로 달아 굳이 그 책들을 읽지 않았더라도 저자의 사유에 동참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두었다. 이런 사족은 글의 곳곳에 보인다.

그렇다고 『장정일의 독서일기 7』이 가이드 역할을 아예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무려 다섯 권에 달하는 임철우의 소설 『봄날』은 광주항쟁이라는 소재가 가지는 매력에도 불구하고 선뜻 손대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봄날』을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고 있었다면 『장정일의 독서일기 7』이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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