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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에 비해 빼어난 품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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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호 29면

누군가 부르고뉴의 화이트 와인 중에서 몇 가지만 추천해 달라고 주문이 오면 나는 단연 몽라셰(Montrachet)와 뫼르소(Meursault), 그리고 코르통 샤를마뉴(Corton Charlemagne)를 든다. 모두가 샤르도네(Chardonnay)를 베이스로 해서 만들어지는 와인이다.

와인 시음기-‘콩트 라퐁 뫼르소 2003’

그중 가격이 가장 저렴하면서도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는 와인이 ‘뫼르소’다. ‘신의 물방울’에 등장했고 이번 주 ‘와인의 기쁨’ 주제인 ‘루 뒤몽 (Lou Dumont) 뫼르소’에 대해서는 몇 주 전에 이미 소개했기 때문에 오늘은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 중 최고봉의 하나인 ‘도멘 콩트 라퐁(Domaine Comtes Lafon)’의 뫼르소를 맛본다.

이곳에서는 레드와 화이트를 모두 생산하지만 화이트 와인의 명성이 더 대단하다. 특히 1966년산 ‘도멘 콩트 라퐁 몽라셰(Domaine Comtes Lafon Montrachet)’의 경우 영국의 유력 와인 저널인 ‘디캔터’가 선정한 ‘죽기 전에 마셔봐야 할 와인 100선’ 안에 들며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뫼르소 지역의 경우에 ‘그랑 크뤼(Grand Cru, 특급 포도밭)’는 생산되지 않지만 ‘프르미에 크뤼(1er Cru, 1등급 포도밭)’ 중에서도 ‘그랑 크뤼’와 맞먹는 뛰어난 와인들을 생산하고 있다.

오늘은 얼마 전 프랑스에서 맛본 와인 얘기를 하려 한다. 가장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뫼르소 중 하나인 ‘2003 클로 드 라 바르(Clos de la Barre)’다. 1시간30분 정도의 브리딩 이후 시음에 들어갔다. 아주 맑고 예쁜 레몬 그린 색깔을 지니고 있다.
몇 번의 스월링(와인향을 공기와 섞기 위해 포도주잔을 소용돌이처럼 돌려주는 일)을 거쳐 잔을 코로 가져가자 아주 은은한 향들이 피어오른다. 가벼운 이스트향으로 시작해 다양한 과일 향취가 드러나면서 아카시아 느낌의 플라워 캐릭터도 느껴진다.
시간을 더 두고 지켜보니 볶은 견과류와 버터 스카치 오크 터치까지 살려낸다. 부드럽지도 강하지도 않은 적절한 풍미의 향이 참 좋다. 가벼우면서도 결코 무게감을 잃지 않는 둥근 맛, 적절한 여운을 남기는 마무리까지 참 맛깔나다.
국내에는 아직 정식 수입이 되지 않았으나 2005년 빈티지부터는 정식 수입될 예정이라 하니 기회가 되신다면 꼭 한 번 즐겨보시길 바란다. 이준혁(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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