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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은 지금 미술시장 ‘개업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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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가나아트 부산점에서 관람객들이 그림을 살펴보고 있다.[가나아트 제공]


10일 오후 부산시 해운대구 가나아트 부산점. 중년 부인 두 사람이 잠시 망설이다 전시장으로 들어섰다. 김정숙(53·여)씨는 “같은 건물 식당에 왔다가 화랑이 있길래 들어왔다”며 대뜸 “팔기도 하나요”라고 물었다.

서울 평창동과 인사동에서 화랑을 운영 중인 가나아트는 5일 해운대 노보텔앰배서더 호텔 안에 부산점을 열었다. 사석원 개인전을 시작으로 다음달엔 배병우 사진전을 여는 등 인기 작가들을 내세우고 있다. 사석원전은 개관 전에 이미 35점 모두 팔렸을 정도로 부산 미술계에 화제다. 가나아트 관계자는 “구매자의 80% 정도가 부산 사람이었고, 나머지는 서울서 내려온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미술 전국시대다. 양대 옥션인 서울 옥션과 K 옥션의 올 상반기 경매 낙찰 총액이 576억여원으로 지난해 1년간의 총액(563억원)을 이미 넘어선 가운데 미술시장의 몸집 불리기가 전국 주요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새로 들어서는 화랑들은 호텔 안, 골프장 근처 등 장소도 가리지 않는다.

부산의 경우 컨벤션센터·주상복합건물 등이 들어서면서 개발이 한창인 해운대에 주요 화랑들이 진출하고 있다. 부산 조현화랑은 신흥 부촌을 형성하고 있는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 새 건물을 짓고 지난달 20일부터 김종학전을 열었다. 기존의 파라다이스호텔 앞 본점과 베네시티점은 정리할 예정이다. 조현화랑 관계자는 “달맞이 고개가 개발되면서 5년 전부터 소규모 화랑들이 생기기 시작해 이제 50여곳에 이른다”고 말했다. 서울 코엑스인터콘티넨탈 호텔의 코리아아트갤러리도 지난달 5일 이 부근에 코리아아트센터를 개관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박여숙 화랑은 제주도 서귀포에 ‘박여숙 화랑 제주’를 열었다. 주말(금∼일요일)에만 개관한다. 전시장은 제주 핀크스 골프장과 인접한 개인별장식 빌라단지인 비오토피아에 자리잡고 있다.

경매에 관한 관심도 본격화 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지난해 3월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 지점을 연 서울 옥션이 유일했다. 그나마 실제 경매가 이뤄진 것은 단 한 번. 그 외에는 서울 경매 출품작의 일부를 가지고 프리뷰전을 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 프리뷰전 방문객도 두 배 이상 늘었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대개 하루 100여명쯤 오던 것이 근처에 화랑이 많이 생긴 덕분인지 3일과 4일 연 프리뷰 기간에는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 왔다”고 말했다. 해운대점을 연 코리아아트센터도 생존작가 위주의 경매를 강화할 방침이다.

다음달이면 지방에 본격 진출하는 첫 경매사도 나온다. K옥션이 대구MBC와 합작해 만든 옥션M은 다음달 23일 첫 경매에 들어간다. 예비 컬렉터 개발을 위해 아트 비즈니스 강좌도 시작했다.

이와 함께 연말쯤이면 지방 첫 아트페어로 제1회 대구아트페어(DAF)가 열린다. 대구 뿐 아니라 서울·광주·부산·대전 등지의 화랑 50여곳이 참여한다. 전주에선 A옥션이 지난달 1일 첫 경매에 이어 27일에 두 번째 경매를 연다.

미술시장연구소 서진수 소장은 “일정 수준의 인구와 산업기반을 이룬 도시로 미술열풍이 확산되고 있다”며 “시장이 확대되는만큼 신뢰도 높은 정보가 유통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부산=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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