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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 살리려 대폭 내부 기용/차관급 새진용 어떻게 짜여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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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관가 사기고려 외부영입 최대한 억제/개혁장관·관료차관 호흡조절이 숙제
정부가 4일 단행한 차관급 인사는 정치권이나 외부에서의 영입을 최대한 억제하고 내부 승진을 주축으로 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박태권 문화부차관·이원종공보처차관·정성철 정무제1장관보좌관·김정숙 정무제2장관보좌관·조남조 산림청장·김도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차장 등만이 이른바 정치권이나 외부에서 영입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지난 2월26일 조각인사가 거의 정치권이나 외부인사 영입을 주축으로 했던 것과는 크게 대조를 이룬다.
김영삼대통령이 이처럼 차관급인사를 기존 관료조직 내부에서 대부분 충원한 것은 그가 내세운 「안정속의 개혁」이라는 슬로건처럼 개혁과 안정을 조화시키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차관급 인사에서는 개혁의지를 고려했다는 최창윤 총무처장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가급적 실무형의 인사를 중심으로 발탁했다는게 관가의 일반적 해석이다.
그러나 최인기 내무차관·이충길 보훈처차장·추경석 국세청장·박영석 국사편찬위원장만을 유임시키고 대부분의 차관급 인사를 교체한 것은 안정보다는 개혁에 좀더 비중을 두고싶은 대통령의 의도가 엿보이게 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실무적인 인사들로 개혁을 뒷받침하게 하되 가급적 공직사회에 새바람을 불어넣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특히 내부승진이 20명이나 된 것은 지난주 조각이 발표된후 크게 술렁인 관가를 달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주 조각에 대해 관가는 이런 식으로 기존의 관료조직을 외면 또는 홀대할 경우 과연 새정부의 개혁에 관료조직이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섞인 불만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각료들의 불법 또는 부도덕한 개인생활이 드러나자 관가에서는 공개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김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에 대해서까지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이같은 사정을 배려했는지 최 장관은 이날 발표에서 이번 인사에서는 내부승진에 역점을 두어 공직사회의 사기를 진작하려 했다고 설명한 것은 주목된다.
결국 개혁을 추진하면서도 공직사회의 안정을 기하기 위해 차관급인사의 충원을 관료사회 내부로 가급적 한정했다고 할 수 있다.
정치권으로부터의 영입 5명을 제외하고 외부인사영입 8명도 대부분 행정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다.
이번 인사의 또다른 특징은 고른 지역 안배라 할 수 있다.
전남이 7명,전북이 4명이고 경남이 10명,대구·경북이 7명이며 서울·경기 9명,충남북 6명 등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 대해 일부의 우려도 없지 않다.
비록 각 부처 장관들의 건의를 토대로 했다지만 실무형의 차관들이 개혁지향적인 각료들과 조화를 이룰 것인가하는 점이다.
오히려 정부의 기대와 달리 새로 임명된 각료들이 기존의 관료나 보수세력의 이해를 대변하는 과정에서 개혁의 혼선만 초래할 가능성도 없지않기 때문이다.
또하나 이번 인사의 특징은 수평이동도 9명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공직사회의 분위기 쇄신이라는 차원에서 가능한 대상자를 교체한다는 취지이겠지만 단순한 자리바꿈이 과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대폭 교체라는 모양에만 치우친 인상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이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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