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교육혁명 중] 한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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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2천6백억원. 정부가 해마다 사립 중.고등학교 1천7백여개에 쏟아붓는 운영비다. 이들은 이 돈으로 교사 봉급을 주고 필요한 기자재도 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는 한국의 중.고교엔 사립이 한곳도 없는 것으로 돼 있다.

외국 어디를 가도 정부가 돈을 다 대주는 사립은 찾아볼 수 없다. 7년간의 찬반 논란 끝에 2002학년도부터 문을 연 전국 6개 자립형 사립고에 대해서도 외국인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말이 자립형이지 운영 방식을 들여다보면 자립.자율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정부의 위탁 교육기관-. 우리 사립의 실체다. 사학에 분규가 생기면 정부가 관선이사를 파견해 운영권을 접수한다. 그리고 사학의 주인을 바꿔놓기도 한다. 심지어 문제를 일으킨 사학의 주인은 내쫓고 5년 동안 복귀할 수 없도록 사립학교법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교육 관련 시민단체에서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외국처럼 사립이 맡는 특성화 교육은 꿈도 꾸기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자립형 사립고 역시 규제 투성이다. 학생에게서 받을 수 있는 등록금 상한선은 일반 학교의 3배 이내로 묶어 놓은 대신 법인은 납입금의 25%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전체 학생 15% 이상에게는 장학금도 줘야 한다.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박정수 교수는 "경쟁을 원하지 않거나 경쟁에서 도태되는 사학은 공립으로 전환시키고 학생들이 선택하는 경쟁력 있는 사립만 존속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정부는 규제의 손을 완전히 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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