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테러 왜 다시 고개드나/뉴욕무역센터 폭발이후 빈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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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냉전 붕괴이후 잠잠… 지난주말 전후 4건/자신들 주장관철 불특정다수 겨냥 공통점
냉전체제 붕괴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정치집단의 폭탄테러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미 뉴욕 월드 트레이드센터 폭발사고로 5명 사망에 1천42명이 부상하는 대규모 폭탄테러가 발생한데 이어 주말인 27∼28일 이틀동안 영국 런던시내 상가,필리핀 남부 삼보앙가 국제공항,러시아 남부 체첸공화국 열차폭발 등 폭탄테러가 잇따라 발생했다.
중국­마카오 접경지역과 프랑스에서도 28일 폭발사건이 발생했다.
불과 3일동안 일어난 4건의 테러로 인해 인명피해만도 사망 15명,부상 1천90명 등 1천1백여명의 사상자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각국을 피로 물들인 연쇄적 폭탄테러는 모두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거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불특정 다수를 겨냥,무차별적 테러를 감행하고 있는 정치집단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미 월드 트레이드센터 폭발사건은 범행주도세력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미 연방수사국(FBI)은 구 유고내전 관련단체들의 소행으로 확신하고 있다.
FBI가 폭탄테러라고 심증을 굳히고 있는 것은 우선 초고층 건물이 지진이 난듯 흔들렸고 폭발이 일어난 지하주차장에 직경 30m 이상의 콘크리트 바닥이 함몰되는 등 변압기 폭발 등 단순 사고에 의한 폭발이라고 보기에는 위력이 엄청나다는 점이다.
또 폭발장소가 고층건물의 밀폐된 지하주차장이라는 점도 테러 가능성을 더해주고 있다. 건물 외부에서 사건 발생당시와 같은 위력의 파괴력을 얻으려면 건물내부의 폭발에 비해 최소한 10배 이상의 폭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따라서 FBI 등 미 수사기관들은 국제테러리스트들이 최대한의 폭발효과를 거두기 위해 밀폐된 지하주차장을 범행장소로 선택,콤포지션­4나 셈텍스 등 플래스틱 폭탄을 차량에 장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범행주체가 누구냐는 점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윌리엄 세션즈 FBI국장은 NBC·BBC 등과의 방송회견에서 『이번주 뉴욕에서 재개될 보스나­헤르체고비나 평화회담에 내전당사자들인 세르비아·회교도·크로아티아계 지도자들이 참석하는 점으로 미뤄 유고내전 관련단체들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1월말 미 버지니아주 랭글리 CIA본부앞 총기난사로 5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 역시 미르 아이말 칸시라는 파키스탄인이 보스나 회교도들이 고통받는데 항의해 저지른 범행이라는 점도 유고내전 관련집단 연관에 심증을 더해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미국이 지목하고 있는 유고내전 당사자들은 범행관련 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있어 사건 수사가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높은 실정이다.
영국 런던상가 폭발은 아일랜드 독립을 주장하고 있는 아일랜드공화군(IRA) 소행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IRA는 사건발생 하루뒤인 28일 성명을 발표,폭발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은 영국산업을 해치기 위한 연쇄공격의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석유·화학공장을 포함한 영국내 산업목표물에 대한 폭탄테러를 전개할 것이라고 천명,영국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또 15명의 부상자를 낸 필리핀 삼보앙가공항 폭발사건은 삼엄한 보안경비가 펼쳐지고 있는 보세구역내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던지고 있으며 지난주 필피핀정부의 소탕작전으로 22명의 단원이 목숨을 잃은 모로민족해방전선(MNLF)의 보복테러인 것으로 필리핀당국은 추정하고 있다.<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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