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에 부는 프로복싱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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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아마수준에 머무르던 중국 복싱이 마침내 프로화의 첫발을 내디뎠다. 자본주의 운동으로 낙인찍혀 추방된 이래 근30년 만인 86년에야 부활된 중국 복싱이 27일 북경의 서우뚜(수도) 체육관에서 미국복서들을 초청, 첫 프로대회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마침내 명예보다 돈벌이가 되는 프로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WBO라이트헤비급 챔피언 레온저 바버와 마이크 세디요간의 타이틀전등 4게임이 벌어진 이번 대회엔 특히 20세기의 복싱영웅으로 평가받는 전 세계헤비급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가 참관인으로 초청돼 팬 사인과 국교방문 등으로 화제를 뿌리며 11억 중국인들에게 복싱 열기를 한껏 불어넣었다.
이 같은 복싱 붐을 반영이라도 하듯 17∼70달러로 중국인들의 한달 평균수입(약 40달러)과 맞먹는 거액의 입장권 2만여장이 거뜬히 소화돼 중국 복싱협회 (CBA)관계자들의 환호를 샀다. 중국은 복싱부활 4년만인 지난 90북경아시안게임에서 간판스타 바이종팡(백숭광)이 라이트헤비급 금메달을 캐내는 등 금1, 은5, 동1개로 한국(금5,은2, 동2)·태국(금2, 은1, 동1)에 이어 종합 3위를 차지해 아시아 복싱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급성장을 과시했었다.
이 같은 중국복싱의 비약적인 발전은 시년 복싱금지 해제조치이후 불과 7년만에 등록선수가 50만명을 헤아리며 이들 중 엘리트로 분류될 유망주만도 2천명이나 되는 양에서의 절대우세를 바탕으로 한다.
CBA의 홍린 부회장은 이 같은 아마복싱에서의 약진을 발판으로 『올해부터는 프로복싱을 후원할 수 있는 자금마련에 모든 노력을 경주, 파이트머니가 주어지는 프로복싱의 기틀을 닦겠다』고 의욕을 과시.
국내 프러모터들도 최근 중국복싱의 적극적인 프로화 추진노력에 맞춰 문성길(WBC슈퍼플라이급) 박영균(WBA페더급) 유명우(WBA주니어플라이급) 세계챔피언들의 중국 원정 방어전을 계획,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중국복싱의 앞날이 장미 빛만은 아니다. 많은 우수선수와 CBA의 노력에도 불구, 부모들의 복싱반대 열기가 거세 CBA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는 것.
이는 11억이 넘는 거대인구의 중국이 한 자녀 갖기 운동을 꾸준히 펴온 결과 상당수의 중국인들이 한 자녀만을 갖고있어 때리고 맞는 힘든 투기종목에 아들을 내보내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링 주위를 맴돌며 「어서 빨리 링에서 내려오라고 소리치는 어머니의 고함」 만큼은 어떻게 달리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유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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