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만 하면 구원받는다’고 하면, 사람들은 ‘아멘!’합니다. 믿음만 있으면 하늘의 복도, 땅의 복도 다 받을 수 있다고 하면, ‘할렐루야!’라고 합니다. 그러나 ‘행함이 따르지 않는 믿음은 거짓 믿음이요, 구원도 확신할 수 없다’고 하면 사람들 얼굴이 금방 굳어져 버립니다. 말씀대로 살지 못한 죄를 지적하면 예배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집니다.”
옥 목사는 스스로 “이놈이 죄인”이라며 가슴을 쳤다. 그래서 죄, 회개, 순종 등의 부담스런 단어를 피했다고 했다. 그는 울먹이며 “단 것은 먹이고 쓴 것은 먹이지 않으려는 나쁜 설교자가 됐습니다”라며 “복음을 변질시켰다는 주님의 질책 앞에서 ‘나는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한국교회의 목회자가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외쳤다.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올해 개신교계 최대 행사인 ‘100주년 기념 대회’에서 교회를 겨누고, 목회자를 겨냥하는 설교는 그 자체가 처절한 ‘회개’였다. 그래서 다시 그를 만나고 싶었다. 그의 설교, 아니 그의 회개에 깃든 보석 같은 ‘눈물’을 다시 캐고 싶었다.
-감동적인 설교였다. ‘100주년 기념대회’ 설교의 메시지는.
“내 얘길 해선 안 되지 않나. 하나님이 주시는 말씀을 전해야 했다. 하나님의 메시지는 ‘교회의 회개’였다. 그걸 하나님이 주셨다는 확신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전하기가 너무 어려운 말씀이었다.”
-왜 전하기 어려운 말씀이었나.
“100주년은 기념 페스티벌 아닌가. 그런 말씀을 어떻게 전할 수 있겠나. 예수님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얘기다. 그러나 나는 다르다. 나도 한국의 목회자, 똑같은 입장이 아닌가. 차라리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 ‘잘못했다’는 간증을 하라면 쉽다. 혹은 ‘나는 깨끗하다. 너희는 왜 그런가’라고 정죄하는 것도 쉽다. 그러나 간증도, 정죄도 아닌 설교의 자리였다. 그래서 밤낮없이 기도했다. 설교는 20분, 준비에는 20일이 걸렸다.”
-끊임없이 ‘교회의 회개’를 지적했다. 과연 ‘회개’란 뭔가.
“거룩한 하나님 앞에 섰을 때 나에게 일어나는 인간적 반응이다. 가령 옛날 시골의 촌부가 시저 같은 시대의 영웅 앞에 섰다면 뭘 느꼈겠나. 초라함, 체면 안 섬, 비참함이었을 거다. 하나님은 죄가 없는 분이시다. 그래서 하나님 앞에 서면 인간의 실존 자체가 더럽게 느껴진다. 죄가 없는 사람일수록 그걸 더 강하게 느낀다. 바로 거기서 교회도 회개해야 한다.”
-지금 한국 교회에 ‘평양대부흥의 회개’가 필요하다고 했다. 왜 그런가.
“주위를 보라. 교회는 날마다 회개하고 있다. 그런데 왜 회개가 필요할까. 바로 회개가 ‘형식’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이건 아주 중요한 포인트다.”
-‘형식’이라면.
“교회에서 ‘주님, 시어머니를 미워하는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라며 눈물을 흘리고 돌아가면 시어머니를 사랑해야 맞다. 그런데 변함없이 미워하고 있다. 이런 형식적인 회개가 쌓이고, 쌓이고, 쌓여서 ‘위선’이 된다.”
-사람들은 쉽게 “예수를 믿는다”고 말한다. ‘믿는다’의 참뜻은.
“전인격적인 위탁이다. 옛날에는 선도 안 보고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남자의 얼굴도 모른 채 눈물을 질질 짜면서 따라갔다. 그때부터 여자의 팔자는 남자의 팔자가 되는 거다. 인생을 모두 남자에게 맡겨 버리는 것이다. 그게 전적인 위탁(Total Commitment)이다. 믿음에는 그런 의미가 있다.”
-‘나’는 없고, ‘하나님’만 남는 건가.
“그렇다. 전적인 위탁에는 ‘나’가 없다. 예수님과 하나 되는 나, 예수님 안에 있는 나만 있을 뿐이다. 예수님께서 왜 ‘회개하라’고 하셨나. 세상 사람과 구별되는 거룩한 삶을 살라는 것이다. 그 말씀을 살면서 매일매일 회개를 통해 자신을 거룩하게 지키라는 것이다.”
-‘거룩함’이란 뭔가.
“회개를 통한 깨끗해짐이다. 교회가 세상과 구별되는 것은 성결(聖潔), 즉 거룩함이다. 그 성결은 형식을 통해선 닿을 수 없다. 진실한 회개를 통해서만 닿을 수 있다.”
-그럼 한국 교회의 회개는.
“한국 교회의 현주소를 보라. 거짓 아닌 ‘진짜 회개’를 할 능력을 잃어버리지 않았는지 염려스럽다. 그래서 교회가 사회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못 받는 것이라고 본다. 교회가 사느냐, 죽느냐의 책임은 100% 목회자에게 있다. 양적인 성장을 말하는 게 아니다. 질적인 성장이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평소 가슴에 새기고 있는 성경 구절을 물었다. 옥 목사는 “고린도전서 15장10절 말씀”이라고 했다. ‘나의 나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다.’ 그는 “이 육신의 생명은 물론, 나를 이루는 모든 것이 하나님이 공짜로 주셔서 받은 것”이라고 했다. 옥 목사는 정년을 5년 앞둔 2003년, 신도 수 5만 명의 사랑의교회(서울 서초동) 담임목사를 오정현 목사에게 물려줬다.
글=백성호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