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파업 때도 공익사업장은 유지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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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병원·철도·항공·가스 등 필수 공익사업장에서 노동쟁의가 발생하더라도 필수적으로 유지해야 할 업무를 규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내년부터 필수 공익사업에 대한 직권중재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일정 부분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필수유지 업무 개념을 도입한 개정 노동조합법에 따른 것이다. 직권중재 제도는 노동3권의 제약이라는 위헌 논란과 함께 국제노동기구(ILO)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부터 지속적인 개선 권고를 받아 왔었다. 직권중재 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필수 공익사업장에서 합법적 파업이 가능해지면서 전면파업으로 인한 국가경제의 타격과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시행령이 정한 필수유지 업무 범위 내에서 유지 수준과 대상 직무, 필요 인원 등 구체적 운용방법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하게 돼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노사 양측이 시행령 예고안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필수유지 업무의 범위가 너무 넓어 단체행동권을 제약하고 있다”는 반면 “필수유지 업무를 너무 제한해 본래의 취지를 몰각시킬 우려가 있다”는 게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입장이다.

 예고안이 정하고 있는 필수유지 업무는 ILO가 제시하는 ‘공익사업 최소유지 업무 제도 설정 기준’에 따른 것으로 근로자들의 쟁의권과 공익을 조화시키는 데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또 직권중재 제도의 폐지를 곧 필수 공익사업장의 파업 허용으로 인식해서도 안 된다. 필수 공익사업장이라면 말 그대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안전, 국가경제의 원활한 움직임이 파업보다 우선 고려돼야 하는 것이다. 미국이 공공부문을 담당하는 공무원의 파업을 금지하고, 일본이 국영·공기업 종사자의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공익사업장은 국민 생활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경제 동맥의 흐름을 최대한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도 시행령은 필요하다. 노조는 이를 만드는 데 협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