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밝은 실무형 포진/새 경제팀 색깔로 본 향후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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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온건냄새 짙어 안정성장 추진 시사/금융실명제 등 제도개혁 늦춰질듯
6공2기의 첫 경제팀은 대체로 「현장」에 밝은 온건 합리주의적 성향의 「실무형」인사들로 짜여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당초 취임초의 강력한 「개혁」을 전제로 할때 거론되던 인물들은 배제됐다. 이는 앞으로의 경제개혁 작업의 수순이나 강도에 있어 상당한 시사를 해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의외라 할 수 있는 이경식 가스공사사장을 부총리에 발탁한 것은 기획원 창설멤버로 기획국장·경제수석·체신부차관 등을 거친 공직경력이 기본바탕은 되어 있겠지만 그보다는 대우그룹에서 여러 계열사의 사장을 맡으면서 익힌 「현장경험」을 더 높이 산 것으로 보여진다.
경제정책 수단을 총괄하고 있는 재무장관에 임명된 홍재형 외환은행장도 개혁성향이라기 보다는 실무에 밝은 합리주의자로 분류되는 인사다.
결국 경제팀의 트로이카중 부총리­재무장관 라인은 분명한 「실무형」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이미 임명된 박재윤 경제수석만이 상대적으로 개혁성향의 인사로 분류될 수 있다.
결국 새정부는 우리 경제의 우선순위를 제도개혁보다는 가시적인 경제활성화에 둔 이른바 「안정속의 개혁」으로 정리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의 경제부처장관 인선은 이를 실무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인사를 위주로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동자부와 통폐합돼 덩치가 커진 상공자원부장관에 통상실무의 전문가인 김철수 무공사장이,농수산부장관에는 경제논리에 입각한 국내 농업경쟁력의 회복을 강력히 주장해온 허신행 농촌경제연구원장이,건설부장관에 건설부 기획관리실장까지 지낸 허재영 국토개발연구원장이 각각 임명된 것도 이번 경제팀의 인선이 주로 실무형 위주로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내각이 실무형으로 짜여짐에 따라 금융실명제를 포함한 제도적 개혁작업은 상당기간 늦춰질 것으로 여겨지며 개혁작업은 박재윤 경제수석을 실무정점으로 하는 별개의 라인에 의해 중장기과제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새 경제팀의 방향은 25일 김영삼대통령의 취임연설에 분명히 드러나 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경제활력을 찾기 위해 「정부는 규제와 보호대신 자율과 경쟁을 보장하고 민간의 창의를 존중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취임연설에서 밝힌 새 정부의 기본 원칙과,80년대 기업현장에서 바로 이같은 규제의 폐해를 체험했을 이 부총리의 기용으로 미뤄볼 때 새 경제팀의 첫번째 과제는 기업경영의 효율화와 민간의 창의를 가로막는 각종 행정규제의 과감만 폐지와 완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규제의 완화는 본사 경제부가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25일자 6면)에서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적된 바 있다.
또 실질적으로 수요측면에서의 새로운 경제활성화 수단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투자의 주체인 기업의 투자의욕을 부추기기 위한 방책으로서도 불필요한 정부간섭의 철폐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는 각 부처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어 조정이 간단치않은 문제다. 이와 관련해 국무총리인선이 「경제」를 의식해 이뤄졌다는 점은 앞으로 이같은 업무 및 이해조정작업과 관련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번 경제팀의 인선은 새정부의 출범과 함께 금융실명제의 조기 실시 등 경제개혁조치를 기대해온 일반국민들의 눈에는 「개혁의지의 후퇴」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
특히 개혁작업은 집권초반에 하지 않으면 유야무야된다는 통념이나,또 김 대통령이 자리바꿈을 가급적 않겠다는 뜻을 누차 밝힌 것으로 미루어 이번의 경제팀은 「별탈이 없는한」상당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빠른 시일안에 개혁조치에 대한 분명한 청사진이 제시되고 이것이 실제로 추진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이같은 의심의 눈초리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새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임금안정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도 개혁에 대한 분명한 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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