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부실감사 배상 첫 판결/서울지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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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결산보고 믿은 주식투자자 피해”/집단소송 예상
회계법인과 회계사가 상장기업의 결산보고서를 부실감사해 이를 믿고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쳤을 경우 이에 대한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서부지원 민사합의3부(재판장 김의열부장판사)는 23일 (주)흥양 주식을 매입했다 이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투자손실을 본 김정배씨(서울 도곡동 주공아파트) 등 주식 투자자 6명이 이 회사 결산보고서를 부실 감사한 경원합동회계사무소 박연순대표와 감사 실무 책임자인 한승연회계사 등 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선고공판에서 이같이 밝히고 『피고측은 연대해서 원고중 김정배씨 등 4명에 대해 주식 취득가격과 처분가격의 차액 7천3백25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 경원측은 흥양에 대한 감사에서 중요한 감사절차를 생략 또는 실시하지 않는 등 회계감사 기준을 준수하지 않았고 흥양의 재무제표가 허위로 작성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적정하다는 의견을 표시했다』며 『이로인해 원고들이 이같은 감사보고서의 기재내용에 따라 영향을 받은 가격에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입게된 손해를 피고측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중 이인근씨 등 2명의 청구에 대해선 이씨 등이 타인 명의를 빌려 개설한 계좌로 투자했으므로 선의의 투자자로 볼 수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부실감사에 대한 최초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관심을 끌어온 이번 재판에서 재판부가 피고인 회계법인의 배상 책임을 인정함으로써 앞으로 회계법인이 기업의 분식결산을 묵인하고 부실감사해온 잘못된 관행에 제동이 걸리고 사안의 성격이 같은 흥양·기온물산·케니상사·금하방직·아남정밀 등 5개사 주식 투자자 4만4천7백명이 경원·한림·청운·신한·세동 등 5개 회계법인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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