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갤러리 하나둘씩 ″아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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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고객들을 위한 문화공간을 표방하며 앞다퉈 생겨났던 백화점 직영 갤러리들이 올 들어 하나 둘씩 문을 닫고 상업공간으로 바뀌고있다.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의 갤러리아 갤러리가 다음달 1일부터 갤러리아 아트홀로 탈바꿈하고, 지난해 11월20일 「신촌의 문화공간」을 내세우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그레이스백화점의 그레이스갤러리는 23일 「93 한국화, 그 시각적 표현의 개방성전」이 끝나는 대로 문화센터로 탈바꿈하기 위한 내부수리에 들어간다.
삼풍백화점도 직영하던 삼풍 갤러리를 박여숙 화랑에 장기임대, 사실상 갤러리 운영에서 손을 뗐다.
백화점 직영 갤러리들이 문을 닫는 이유는 미술시장의 침체로 고객을 유인하는 효과가 기대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많은 미술계 인사들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 만성적인 적자를 강요할 수는 없다』고 백화점 측의 어려움을 이해하면서도 백화점들이 문화에 대한 투자의 성패를 지나치게 단기적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며 아쉬워하고 있다.
90년9월 문을 연 갤러리아 갤러리는 그 동안 「압구정동: 유토피아/디스토피아 전」 「헨리 무어 판화전」 「프랑스 현대판화전」 등 비중 있는 기획전을 자주 열어왔던 개성이 강한 전시장이었다는 점에서 미술계에 던지는 아쉬움이 더욱 크다.
갤러리아 백화점 측은 『내달 1일부터 갤러리가 아트홀로 바뀌더라도 대관전시는 예정대로 열리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든 기획전을 취소하는 등 갤러리 기능은 대폭 축소되고 연말까지 주로 이벤트를 유치하다가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상업공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관 석 달만에 문을 닫는 그레이스갤러리도 개관기념 전으로 열었던 「테크놀러지 아트-2천년 대를 향한 모색전」 등 주제가 분명한 3건의 전시회를 개최했다. <최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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