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다툼'에 멍드는 재건축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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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사업장 내 주민간 분쟁과 갈등은 대다수 관련 조합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다. 분쟁의 원인은 결국 '이권'이다.

일방의 힘으로 이끌리는 상황에서는 반드시 반대파가 생겨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사업추진은 고사하고 갈등과 반목만 깊어지고 장기화되는 경우가 흔하다.

조합이 신·구세력으로 나눠져 공방이 오가고 회유와 협박은 물론 심지어 잠실시영과 같은 폭행으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이런 조합원간 폭행은 또다시 보복으로 이어지고, 상호 고소고발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지난 1996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해 오고 있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한 대형 재건축대상 아파트의 경우 2000년 초반까지 조합에 대항하기 위한 6~7개의 반대파가 난립, 심한 갈등을 빚었다. 조합 찬성파와 반대파 주민간 욕설은 물론 주먹다짐까지 오갔으며 한꺼번에 여러 명이 폭행으로 인해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 아파트는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지 못한 채 몇 년째 답보상태에 있다가 최근들어 조금씩 풀려가는 형국이다.

지난 2003년 7월 도입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시행되기 이전에는 주로 시공사와 철거업체 선정을 둘러싼 분쟁도 끊이지 않았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강남구 삼성동 한 재건축 사업장의 경우 조합 이사가 철거업체 직원들로부터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정릉동의 한 재건축아파트 조합장은 조합 총회를 앞두고 납치를 당해 감금되는 일도 있었다. 당시 납치한 업체는 역시 철거업체 직원들로, 이들은 이 아파트 조합장이 총회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납치했으며 이 과정에서 조합장은 심한 린치를 당해 장기간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시공사들이 폭력배를 동원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대형건설업체 2개사는 부산의 한 재건축사업장에 각각 폭력배를 동원, 상대편 조합원들이 총회장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방해하는가 하면, 저항하는 조합원들을 폭행한 사건도 있다.

직접적인 폭행이나 피습은 아니더라도 분담금과 평형 배정 등을 둘러싼 재건축 조합내 주민간 갈등은 현재도 여전하다. 지난달 중순 서울고법이 관리처분 총회결의 무효 판결을 내린 과천3단지의 경우도 평형 배정 때문에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 강남의 대형 재건축 단지는 가구당 1000만원 가량의 분담금 문제로 1년 이상 착공을 못하기도 했다.

한 배를 탄 조합 내부에서도 이런 갈등은 끊이지 않는다. 이번에 조합장 피습사건이 발생한 잠실시영이 대표적이다. 이 아파트의 경우 최근 조합장이 상대편 조합원으로 교체되면서 기존 구세력 이사진과의 심한 갈등을 빚어왔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현행 제도와 관례상 이 같은 조합내 갈등 구조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래새한감정평가법인 도시정비사업단 신재덕 팀장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상호 반대세력을 설득하기 쉽지 않은 게 현재의 재건축사업"이라며 "현실적으로 법적 근거와 구속력을 만들기 어렵다면 결국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열린 조합을 구성하고 올바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조합원들이 서로를 믿고 합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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