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왜 이렇게 호전적인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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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1일 북한노동신문의 살벌한 사설은 집권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반도를 다시 전쟁터로 만드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평양집단의 정신상태를 드러낸 것만 같아 섬뜩하기까지 하다. 노동신문은 북한의 핵무기개발 의혹에 대한 국제사찰 움직임과 관련하여 『우리에게 어떤 특별사찰이나 제재가 가해지고 우리의 영토가 침해될 경우 남북한을 포함한 조선반도 전역이 전쟁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질 것』이라고 강변했다.
물론 이같은 논조는 국제적으로 고립화되고 내부적으로 체제위기에 직면해 있는 북한의 집권세력이 궁지에 몰려 내뱉는 헛소리일 것이다. 우선 노동신문이 내건 전쟁도발의 전제조건들이 실현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북한으로서는 지금의 내부사정과 주변상황으로 보아 전쟁모험을 감행할 형편이 못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제 전쟁도발 의도 보다는 북한언론매체의 대종인 당기관지 노동신문이 그런 사설을 주저없이 써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세계에 전하고 있는 평양정권의 무모한 행태다. 우리 겨레의 안식처인 한반도 전체를 두번씩이나 전쟁터로 만들겠다는 것은 반민족·반윤리적 발상이다. 그래가지고 어떻게 김일성이 민족의 「영웅」을 자처할 수 있겠는가. 이로써 북한은 국제사회의 준칙인 국제법이나 국제관례를 무시하는 무법자적인 독불장군의 모습을 다시한번 드러냈을 뿐이다.
지금 북한이 겪고있는 곤혹스러움의 근원은 국제사회로부터 핵무기개발 의혹을 받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명쾌히 해명치 않는데 있다. 북한은 핵무기를 전혀 개발하지 않고 있고 그럴 필요성과 의도도 없다고 주장한다. 지금 가지고 있는 핵시설은 연구용 내지 발전용일 뿐이라고 변명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간단하다. 현장시찰을 통해 그것들이 평화적 목적의 것일 뿐 전쟁용이 아님을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하면 되는 것이다.
더구나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에 가입하고 핵안전협정에도 서명,국제사찰을 받을 의무가 있다. 우리와는 비핵화협정을 체결하여 상호사찰을 받도록 돼있다. 그럼에도 북은 명쾌하게 사찰을 받지 않으려고 함으로써 문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어떤 나라도 혼자서 살 수는 없다. 북한이 민족의 생존을 먼저 생각하고 세계와 더불어 살아가겠다는 자세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야 살 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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