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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의 종말 용서받지 못한 자 아카데미 상 각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올해 아카데미상 후보가 결정되면서 어느 작품이 오는 3월29일 열릴 시상식에서 영광의 오스카를 안을 것인가에 세계영화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철저히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부추기는 행사」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상에 많은 영화인들이 무관심하기 어려운 것은 아카데미상 수상여부가 전 세계의 흥행성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만 보아도 후보작으로만 선정되면 적게는 5백만 달러에서 많게는 천만 달러까지, 흥행수입이 오른다는 사실이 이를 잘 입증한다.
이번 65회 아카데미상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와 영국출신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하워드의 종말』 이 각각 9개 부문 후보로 지명되어 가장 유력한 작품상 수상후보로 떠올랐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용서받지 못한 자』는 비평가들로부터 「이미 죽은 장르로 치부되던 서부극을 회생시킨 수작」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우리에게는 감독보다 배우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버드』 『추악한 사냥꾼』 등에서 미국적 이상주의의 종말을 그려 영화작가로서의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용서받지 못한 자』는 정통서부극의 낭만주의·영웅주의를 철저히 배제한 「수정주의 서부극」계열에 드는 작품으로 무법자 신화의 허구를 파헤치고 있다.
왕년의 건맨인 빌 머니(클린트 이스트우드 분)는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고 작은 목장에서 돼지를 키우며 생활한다. 전염병으로 돼지들이 죽자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 그는 현상금이나 몇 푼 벌어보겠다는 생각에서 악당들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이미 11년 전 용감한 총잡이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제임스 아이보리의 『하워드의 종말』은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계급과 환경에서 성장한사람들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EM 포스터의 소설을 영상화한 이 작품은 아내의 죽음으로 홀아비가 되어버린 주인공이 평소에 사이가 나쁘던 이웃집의 여인과 사이에 친화감을 얻어 가는 과정아 기둥 줄거리.
에드워드 왕조시대 영국중류계급의 문화와 풍속을 정확히 재현하고 있는 작품으로 여주인공 마거릿 역을 맡은 엠마 톰슨은 빼어난 연기를 선보여 가장 강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부각되고 있다.
이밖에 닐 조던의 『크라잉 게임』, 마틴 브레스트의 『여인의 향기』 등도 작품상후보를 비롯, 4∼5개 부문에 올라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던 『말콤 X』나 『플레이어』 등은 이번 후보선정에서 의외로 저조해 흑인 문제나 할리우드의 비리 등 미국사회를 비판적으로 다룬 영화에는 아카데미상이 여전히 인색하다는 것을 재확인해주었다. 『용서받지 못한 자』는 3월 초순 국내에서 개봉될 예정이며 『하워드의 종말』도 상반기 중에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임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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