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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더 건강한 발전을(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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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이 19일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등록을 시발로 지도체제 재확립을 위한 3월 전당대회의 공식일정에 들어갔다. 대선패배후 제1야당인 민주당이 어떤 모습으로 어떤 길을 걷느냐는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것인데도 그동안 새 정부출범에 대한 관심집중으로 빛을 못보고 있는 느낌이다. 지금 차기대통령을 정점으로 집권세력은 날로 강력화·거대화하고 있는데 이와 맞설 야당은 여러 면에서 침체·위축·왜소화해 가는 것같아 걱정스럽다. 김대중씨의 은퇴로 당장 김영삼씨와 맞설만한 인물이 없는 형편이고 국민에게 제시하는 비전·정책 등 「깃발」에 있어서도 여권에 일방적으로 눌리는 형세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기본적으로 민주당의 더 건강한 발전을 격려할 필요를 느끼면서 민주당의 분발을 촉구하는 몇가지 고언을 하고자 한다.
우선,현재의 당권경쟁 양상에서 우리는 민주당이 지나치게 현실안주의 소리추구로 흐르고 있다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제1야당이라면 지난 대선에서는 실패했지만 다음 총선과 대선에선 승리한다는 목표로 당을 정비하고 전략과 정책을 가다듬는 자세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표나 최고위원이 되겠다고 나선 어떤 사람에게서도 이런 당의 목표와 진로를 제시하는 사람을 볼 수가 없다. 우리가 보기에는 그나마의 제1야당 기득권에 안주하면서 그 몫을 누가 더 크게 차지하느냐의 작은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인상이다. 경선과 관련된 시시콜콜한 문제마다 각파가 티격태격하고 대의원들을 상대로 한 선거운동에서 벌써부터 잡음과 과열이 나오는게 무슨 까닭인가.
무엇보다 우리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민주당의 문제의식과 시대감각의 순화다. 지금 상대방은 신한국이다,개혁이다 하여 한창 기세를 올리는데 민주당이 선거후 고작 제기하는 문제라고는 용공음해문제 정도가 아닌가. 국민의 관심은 온통 현실과 장래에 쏠려있는데 민주당은 아직도 과거 대선쟁점차원에서 맴돌고 있는 것이다. 이제 야당도 집권측의 실정이나 실족으로 반사이익을 노리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국익과 민생에 관련된 문제를 제기하고 그런 문제로 국민지지획득을 여당과 경쟁해야 한다. 원래 개혁이란 야당의 깃발이고 개혁의 대상은 야당이 제기하는 것인데 현실은 지금 어떻게 돼가고 있는가.
민주당이 지금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지도층의 분발과 자세전환이 있어야 한다. 제1야당의 대표나 최고위원이라면 당연히 당의 목표·진로·비전을 제시해야 하며,당을 위해 헌신·희생하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 논란이나 비난이 두려워 「정답」 있는 문제만 언급하고 기득권에만 집착해선 당발전은 어렵다. 제1야당다운 시야와 시대감각에 맞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지 민주당 경선자들은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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