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 주요시설 보여줄지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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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민간 방북단의 영변 핵시설 방문을 허용한 것은 6자회담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일 가능성이 있다. 시기적으로 미국 방북단의 영변 방문 기간( 6~10일)이 2차 6자회담 개최를 1~2주 앞둔 시점이며 방북단에 의회 관계자가 포함돼 '완전 민간 차원'이라 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북한은 미국의 핵 과학자를 영변으로 불러들여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과시함으로써 6자회담을 앞두고 미국에 직.간접 압박을 가하려고 계산했을 수 있다.

대표단이 '준(準) 공식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북한 입장에서 볼 때 최고 수준의 핵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 전 미 국립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장이 영변을 둘러본다면 '사찰'에 준하는 상징적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방북단에 포함된 상원 외교위의 보좌관들에 대해 북한이 '준 공식' 수준의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방북단엔 헤커 소장 외에 프랭크 자누지.키스 루스 미 상원 외교위 정책보좌관과 스탠퍼드대 교수, 전 국무부 외교관 등 5명이 포함된다.

그러나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이번 방북이 지난해 10월 취소된 커트 웰던 상원의원 방북의 '대체품'일 가능성이 있다"며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에 따라 관심의 초점은 북한이 과연 핵개발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핵시설을 이들에게 공개할지에 모아지고 있지만 낙관적이지 않다.

안기부장 특보를 역임한 이동복(명지대)교수는 미국 사절단의 영변 핵시설 방문이 '수박 겉핥기식' 방문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최원기 기자brent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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