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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 ‘서른 살 테헤란로’ V밸리서 B밸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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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서울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옛 스타타워). 테헤란로 한복판인 서울 지하철 2호선 역삼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눈에 들어오는 45층짜리 건물이다. 현관에 걸려 있는 입주 사 안내판에는 내로라하는 정보·기술(IT) 기업 10여 개의 이름이 올라 있다. 5월 이곳에 입주한 구글코리아(22층)에 가 보니 사무실이라기보다 고급 휴게실 같은 느낌이 든다. 자유분방한 복장의 직원들이 현대 감각에 맞게 꾸민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점심과 저녁에는 고급 음식점처럼 인테리어된 카페에서 여러 나라의 음식을 즐긴다. 물론 임직원들에게는 공짜다.

서울 강남을 동서로 관통하는 테헤란로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2000년 벤처 열풍이 불면서 대한민국 벤처 1번지로 각광받았던 테헤란밸리는 이젠 유명 기업의 집결지로 탈바꿈했다.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한때 활기가 떨어졌지만 애플·퀄컴 등 세계 유명 정보·기술(IT) 업체가 속속 입주하고, 현대모비스(2005년)·GS그룹(2004년)·동부제강(2002년) 등 국내 대표기업들이 잇따라 둥지를 틀면서 ‘대한민국 제1의 오피스 거리’로 거듭났다. 특히 내년 초 강남역 인근에 삼성타운이 들어서면 테헤란밸리는 한층 활기를 띨 전망이다.

 현재 테헤란밸리에는 적잖은 유명 대기업이 터를 잡았다. 이 때문에 테헤란밸리가 벤처(V) 밸리에서 ‘브랜드(B) 밸리’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재문 정보통신부 관리관은 “테헤란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다고 하면 해외에서도 유망 기업으로 인정받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요즘 이곳에선 사무실 얻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1653 ㎡(약 500평) 이상의 사무실은 빌리기가 힘들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6월 말 강남지역 사무실 공실률은 1.4%로 도심권(1.9%)이나 여의도권(2.1%)보다 낮다.

 이곳의 한 달 임대료는 평당 6만5000~10만5000원이다. 서울에서 비싼 편이지만 입주 기업들은 그만큼 효용 가치가 있다고 한다. 1997년 창업 이후 테헤란로를 지켜온 엔씨소프트의 김주영 부장은 “신생 기업일 땐 벤처 밸리의 명성 덕분에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고, 해외 진출에 나선 요즘은 우수 인력 확보와 투자 유치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95년부터 12년째 선릉역 인근 포스코센터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김은현 상무도 “테헤란로는 각종 비즈니스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사업 파트너들도 가까이 있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테헤란로 양편엔 금융회사 본사 및 영업점 100여 곳과 태평양·덕수·율촌·로고스 등 대형 법무법인 10여 곳이 운집해 있다. 박용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인큐베이터(창업 보육) 역할을 했던 테헤란밸리가 이젠 글로벌 경쟁을 이겨낸 기업들의 보금자리가 됐다”고 말했다.

이원호·이현구 기자

◆테헤란로=서울 강남역 네거리부터 삼성역 인근 삼성교(탄천에 놓인 다리)까지 동서로 뻗은 4㎞ 구간 도로다. 2000년 벤처기업들이 ‘묻지마 투자’에 힘입어 이곳에 밀물처럼 들어오면서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기도 했다. 한때 삼릉로로 불렸으나 77년 6월 서울시가 이란 테헤란시와 자매결연한 것을 기념해 현재의 이름을 붙였다.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정보통신부 홍보관리관

196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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