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 갈등유형연구』/본사 문창극특파원 박사논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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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한국 민주화보다 안보 중시/정치적 위기마다 집권세력 편들어/서로 국익 극대화… 새협력 「틀」필요
새로운 한미관계 설정을 염두에 두고 해방후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이 겪어온 갈등을 유형별로 종합,그것이 양국에 어떤 의미와 영향을 주었는가를 다룬 논문이 나왔다.
언론인 문창극씨(중앙일보 워싱턴특파원)가 「한·미간의 갈등유형 연구」라는 제목으로 올해 서울대 정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 논문은 그동안 양국간에 발생했던 주요 사건들을 정치·안보·경제·인권·로비 등 4개 분야에 나눠 분석,『양국은 안보협력을 주축으로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국의 국익극대화라는 일관된 기준에 따른 행동이었다』고 진단하고 『우호관계를 계속 유지하려면 안보협력에 대신할 새로운 차원의 협력창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논문요지.
4·19혁명,5·16군사쿠데타,12·12와 5·17사태,1987년 민주화 과정에서 일어난 양국간의 정치적 갈등에서 미국이 한국의 민주주의 실현을 놓고 간섭한 이유는 공산권 봉쇄전략의 명분에 부합되는 중요한 국가이익이라는 점과 민주화를 둘러싼 한국내 정치불안이 자국의 안보적 이해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민주화가 한반도의 안보와 대립하는 경우에는 항상 안보이익을 우선시켜 한국의 집권세력을 이해하는 쪽을 택했으며,안보위기가 해소된 이후에야 민주화 압력을 높였다. 80년 광주사태를 전후해 급격히 고조된 한국의 반미주의는 미국을 냉철한 국제관계 대상으로 보지않고 감정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안보갈등에서도 양국이 자국이익 극대화 입장에서 벗어난 예가 없다.
한미상호 방위조약의 체결,주한미군의 철수,한미 방위비분담 등의 과정에서 미국은 세계전략의 필요에 따라 한국을 언제든지 버릴 수 있다는 인상을 주어왔으며 한국이 한반도 안보라는 절대국익에 목을 매고 저항해도 대한정책을 수정한 예는 전혀 없다.
경제원조·시장개방 등을 둘러싼 경제갈등,코리아 게이트 등 로비 및 인권갈등은 양국간 여론을 갈라놓는데 보다 큰 영향을 끼쳤으나 여기에서도 미국은 한국에 천사도,악마도 아니었으며 한국정권 역시 국익을 팽개친 미국의 주구는 아니었다.
국가간에도 우호가 유지되자면 서로 주고받을 것이 있어야 한다.
국제환경의 변화로 한미간 안보협력의 중요성은 예전같지 않다.
그러나 다른나라에 비해서는 여전히 양국간 우호관계가 필요한만큼 안보에 대신할 새로운 협력분야 창출이 절실하다.<이기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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