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7대 불가사의 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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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의 만리장성과 로마의 콜로세움, 인도의 타지마할이 신(新)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선정됐다. 페루의 잉카 유적지 마추픽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거대 예수상, 멕시코 치첸이트사의 마야 유적지, 요르단의 고대 도시 페트라도 함께 뽑혔다. 대륙별로는 아시아와 남미에서 각각 3개, 유럽에서 1개가 선정됐다.

스위스의 영화 제작자인 베르나르트 베버가 주도한 민간단체 '신 세계 7대 불가사의 선정재단'은 7일 포르투갈 리스본의 벤피카 축구장에서 결과를 공개했다. 이 단체는 전 세계에서 1억 명가량이 인터넷(www.new7wonders.com)과 전화로 투표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리우시의 거대 예수상이 선정된 데 대해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거대 예수상은 브라질과 리우시의 불가사의였으나 이제부턴 세계의 불가사의가 됐다"고 환영했다. 인도와 페루.멕시코 등도 일제히 환호했다. 반면 자국 문화유산이 탈락한 국가들은 선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1999년 시작된 선정 작업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세력이 바미얀의 거대 석불을 파괴한 데 자극받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베버는 이번 선정과 이를 위한 각종 공연과 사업에서 나온 수익금의 50%를 바미얀 석불을 비롯한 손상 문화재 복원에 쓰겠다고 밝혔다.

선정 과정은 복잡했다. 최초 200군데에 이르던 후보지는 지난해 1월 전문가들에 의해 21개로 축약됐다. 21개 후보에는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와 파리의 에펠탑,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스페인의 알람브라 궁전,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이 포함됐다.

이번 행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AFP통신에 따르면 660개의 문화유산과 166개의 자연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해온 유네스코는 "인기 투표로 신 7대 불가사의를 뽑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 중복 투표를 막을 방법이 없어 결과가 조작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실제로 중국의 만리장성학술원은 올 5월 자국민들에게 인터넷 투표에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앙코르와트를 가진 캄보디아는 인터넷 보급률이 낮아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2000여 년 전 그리스인들이 선정했던 고대 7대 불가사의는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 ▶메소포타미아 바빌론의 공중정원 ▶올림피아의 제우스상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 ▶할리카르나소스의 마우솔로스 영묘 ▶로도스 항구의 크로이소스 거상 ▶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 등대 등이다. 이중 현재까지 남아있는 것은 기자의 피라미드뿐이지만, 이번 선정에선 제외됐다. 이집트 관광 당국은 "이번 조사는 관광 홍보를 위한 것에 불과하다"며 불쾌한 얼굴이다. 새 7대 불가사의 선정으로 고대 7대 불가사의인 기자 피라미드를 찾는 관광객이 혹시나 줄까봐 우려하는 것이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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