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펀드평가2007년상반기] 올초 환매자들 땅을 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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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큰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구재상 사장이 올 4월 초 한 말이다. 이때는 코스피지수가 1400선을 돌파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던 시기다. 투자자들은 급등했다 다시 떨어지는 과거 증시에 대한 연상작용 때문에, 지난해 해외펀드가 기록한 짭짤한 수익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발을 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우려는 현실로 확인됐다. 지수가 1600선을 돌파하자 반신반의하던 자금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반면 국내 펀드를 환매해 돈을 밀어넣었던 해외펀드의 수익률은 지지부진했다. 가만히 놔뒀으면 괜찮았을 것을 과거 수익률만 보고 한 ‘뒷북’ 투자로 적지 않은 이들이 쓴맛을 봐야 했다.

 ◆‘뒷북’ 투자의 쓴맛=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올 2월부터 5월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빠진 자금은 6조1000억원이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재간접펀드 제외)로는 5조8000억원이 순유입됐다.

 지난해 지수 고점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이 원금을 회복하자마자 펀드 환매에 나섰고, 3년간의 투자로 벌 만큼 벌었다는 투자자들은 국내펀드를 정리했다. 반면 해외펀드는 지난해 평균 50%를 웃도는 수익률을 무기 삼아, 때마침 발표된 해외펀드 비과세를 조치를 방패 삼아 영역을 확장해 갔다.

 그러나 수익률을 보고 돈이 몰리지만 ‘과거의 수익률이 미래의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펀드의 법칙’엔 예외가 없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뱅가드의 창업자인 존 보글은 이런 투자자의 행태를 "(자동차의) 백미러만 보고 운전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중국펀드가 그랬다. 2006년 한 해에만 75.5%의 수익률을 기록한 신한BNPP운용의 ‘봉쥬르차이나주식1’은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설정액이 5000억원에도 못 미쳤다. 수익률이 좋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돈이 몰리기 시작, 최근엔 설정액이 1조2000억원 가까이 불었다. 그러나 상반기 수익률은 16.42%. 코스피 지수 상승률(21.55%)에도 못 미친다.

 ◆펀드 환매해도 리스크는 여전=조정이 두려워 펀드를 환매하더라도 리스크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환매한 돈을 어딘가에 또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선택의 위험이 따른다. 이모(35·회사원)씨 경우가 그렇다. 이씨는 2005년 6월에 가입한 ‘대한퍼스트클래스에이스’ 펀드를 올 2월 환매했다. 지난해 부진했던 주가가 2월 반짝 상승하자 곧장 일본펀드로 갈아탔다. 이미 50%는 수익을 낸 터라 더 미련은 없었다. 환매한 돈 2000만원에 웃돈까지 얹어 ‘프랭클린템플턴재팬플러스’에 가입했다. 그러나 지금은 원금까지 까먹고 있는 실정이다. 수익률 전망만 믿고 국내펀드를 환매해 일본펀드를 선택한 결과다.

 환매한 돈을 투자하지 않고 놔두는 것도 대안은 아니다. 또 다른 회사원 양모(36)씨는 올 증시가 1500선을 뚫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2월 말 지수가 1500선에 접근했을 때 가지고 있던 국내 펀드들을 모두 환매해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넣었다. 1250선까지의 조정을 예상했지만 기다리는 조정은 오지 않고 지수는 1800선까지 질주했다.

삼성증권의 김남수 연구원은 “섣부른 환매로 인해 주식 자산의 비중이 낮아졌는데 증시가 강세를 보인다면 이는 ‘투자하지 않는 위험’에 노출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환매는 자산 배분 계획에 맞춰=증시가 저점일 때 펀드에 가입했다 고점일 때 환매하면 최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주가는 ‘신의 영역’이다. ‘마켓 타이밍’을 예측한 투자로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환매는 수익률이 아니라 투자자의 자산 배분 계획에 따라야 한다. 자녀 교육비 마련, 노후 준비 등 구체적이고 뚜렷한 투자 목표를 확립하고 이에 따라 투자를 해야 한다. 가입만 해 놓고 그냥 놔두라는 얘기는 아니다.

메리츠증권의 박현철 연구원은 “6개월에 한 번씩은 자신이 가입한 펀드를 점검해 보라”고 조언한다. 일단 자산이 적절히 분산됐는지 투자 포트폴리오를 점검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입한 펀드의 수익률이 비슷한 유형의 펀드에 비해 지나치게 떨어진다면 그때 환매를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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