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병 치유 쉽지않을듯/일 「컨트리리스크정보」지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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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생산자,내수이득겨냥 시장개방 반대/기업들 설비투자… 기술력에 한계
일본의 공사채연구소가 발행하는 『컨트리리스크정보』는 최근호에서 「체제개혁에 기득권의 벽」이란 제목으로 「한국병」 극복에 도전하고 있는 김영삼신정권의 정책과 그 한계를 분석하고 있다. 이 내용들을 간략히 요약한다.<편집자주>
설비투자의 급격한 냉각과 이에 따른 성장저하로 한국내에서는 경기부양론이 득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설비투자 강화에 의한 국제경쟁력 회복이 급선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일련의 규제완화가 정책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91년부터 시행해온 대기업의 주력업종제도 완화,토지관련법의 통합에 의한 규제완화 등 정책후퇴조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의 정책선택에는 크게 두가지 문제점이 발견된다.
첫째는 현재의 설비투자회복 논의에 대외적인 관점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기술집약형산업 육성을 위한 외자법완화가 추진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한 투자환경정비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이미 생산코스트가 크게 오른 한국이 외국자본에 제공할 수 있는 이점은 일정규모에 이른 국내시장의 제공이지만 시장보호를 요구하는 대기업그룹의 반대로 무역자유화와 연계된 규제완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합작사업을 벌인 구미 다국적기업들은 수익력 저하로 92년에만 30개사가 철수했고 일본 기업들은 이미 아세안을 중심으로 값싼 생산거점의 확보를 마무리 짓고 중국인과의 제휴관계를 강화하고 있어 한국과의 연대필요성은 희박하다.
한국 스스로 독자적인 연구개발력을 확보하면 되나 한국의 기술력은 산업구조전환을 진행시킬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없다.
세계의 산업이 투자와 전략제휴에 의한 국제화를 지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시장보호에 고집하는 중상주의적 발상이 국제화에 의한 설비투자 부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둘째는 설비투자가 양적인 발상에 그치고 있고 수익력 향상에의 배려는 희박하다는 점이다.
한국의 수출증가를 끌어온 것은 석유화학과 반도체,구사회주의국가 시장과 동남아 등에 대한 시장다각화다.
반도체는 수익력이 높지만 이미 미국의 덤핑제소를 받아 자율규제 등의 한미협정 체결이 예상되고 있으며 석유화학은 설비과잉분이 그대로 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출돼 가격밸런스가 무너졌다.
한편 구사회주의 국가는 러시아로부터의 차관이자 지불 지연 등 문제가 있으며 높은 기대를 갖고 있는 중국 비즈니스는 수익면에서 매우 힘들다는 것이 일본기업에서는 상식이다.
신정권의 정책이 불투명한 원인중 하나는 안정성장을 내걸고 있으면서도 지난 30년간의 고도성장과 이를 지탱해온 체제를 변혁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안정성장에로의 전환에 저항하는 것은 비단 대기업그룹 뿐만 아니다.
무거운 주택융자의 부담을 안고 있는 중간층은 인플레기대를 갖고 있으며 화이트칼러의 삭감으로 확대되는 기업의 감량경영도 쉽지않다.
근로자에 대해 지난 80년대와 같은 긴급 임금동결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기득권층이 여러층으로 나뉘어 존재하며 「고통의 분담」이 불가능한 상호불신의 구조가 안정성장의 명론 실시를 가로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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