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호의 Winning Golf 9] 핀의 유혹에서 벗어나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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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 17면

투어 프로에게 핀의 위치 파악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주말 골퍼 등 아마추어는 핀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스코어가 줄어든다.

핀(홀)을 그린 위 아무 데나 마구 꽂는 것은 아니다. 공정한 경기를 유도할 뿐아니라 그린 보호까지 염두에 두고 핀 위치를 결정한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는 ‘9개 홀을 기준으로 4개 홀은 그린 왼쪽, 4개 홀은 오른쪽, 나머지 1개는 가운데에 꽂는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그렇다면 핀을 꽂을 수 있는 곳은 몇 군데나 될까. 지름 108㎜의 홀을 넓은 그린에 박아넣는 것이므로 무수히 많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크게 나누어 4개 정도, 그리고 보다 넓게 잡는다면 5개 정도의 핀 포지션이 있다.

그린 위에 열십(十) 자로 구역을 나누면 4개 구역으로 나뉜다. 이것이 4개의 핀 포지션이 된다. 여기에 비가 내리는 날의 홀을 위해 한 곳을 더 만든다면 핀 위치는 모두 합해 5곳이다. 비가 내릴 때 설치하는 핀 한 곳을 별도로 본다면 4개의 포지션은 각기 나름대로 난이도 차이가 있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볼 때 어떤 각도에 있는 홀이 어려운가를 따진다면 하나하나의 그린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쉬운 순서에 따라 ABCD로 결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A는 쉽고 D는 어렵다. A가 많은 날은 버디가 많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D가 많으면 같은 코스라고 해도 보기를 기록하는 골퍼가 많을 것이다.

아마추어 골퍼의 경우 핀 위치가 그린 중앙에서 오른쪽에 치우쳐 있으면 좀 쉽다. 아마추어 골퍼들의 구질은 대개 페이드 샷보다 조금 더 심한 슬라이스성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린 중앙을 보고 샷했을 경우 공이 핀 쪽으로 구를 확률이 높다.

반면 그린 중앙보다 왼쪽이나 가드 벙커 바로 뒤쪽, 그리고 워터 해저드에 가깝게 핀이 꽂히면 같은 코스라도 정말 어렵다. 특히 중앙보다 왼쪽에 바짝 꽂게 되면 그린 공략의 어려움은 두세 배가 된다. 드로 구질을 구사하는 아마추어 골퍼는 많지 않다. 핀은 왼쪽인데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슬라이스 구질의 샷이 나오면 공이 핀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핀 위치가 큰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투어 무대에서도 골퍼의 구질, 그리고 핀의 위치에 따라 최종일 우승자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

물론 국내 주말 그린의 핀 포지션은 편의상 앞 핀과 중 핀, 그리고 뒤 핀으로 구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핀 위치에서 참고할 사항은 좌우 어느 쪽으로 치우쳐 있느냐 하는 것이다. 많은 주말 골퍼는 앞 핀일 경우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앞 핀인 경우 공이 떨어질 공간이 좁은 데다 핀을 길게 오버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한 클럽 짧게 내려잡거나 온전한 스윙을 다하지 않는다. 그 결과 거리가 부족해지고 공은 그린에 못 미치며,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샷을 하다 실수할 확률 또한 높아진다. 이 같은 미스 샷을 최소화하려면 핀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몇 주 전 파3 홀에 대해 말씀드렸던 것처럼 그린 중앙을 공략하는 것이다.

주말 골퍼가 스코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린 위에서는 1(원) 퍼트가 아닌 2(투) 퍼트로 홀아웃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1퍼트 버디를 욕심내 핀을 직접 노리다 보면 예상치 못한 함정에 걸려들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투어 프로들도 컨디션이 안 좋거나 샷이 잘 안 떨어지는 날엔 핀을 직접 겨냥하지 않는다.

JESㆍ일간스포츠 골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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