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한류팬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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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 한국어 공부는 어떻습니까? 어렵습니까?
우쓰미미도리: 네. 켄체나요!(괜찮아요)
권상우: 한국은 살아보니까 어떻습니까?
우쓰미 미도리: 켄체나요!

얼마 전 일본의 중견 방송인 겸 작가인 우쓰미미도리(64)가 국내에서 권상우를 만났을 때의 장면이다. 권상우를 만난 기쁨에 더해 우리 말이 서툴러 우쓰미씨는 ‘괜찮아요’만 연발했다. 이 당시 상황은 그가 지난 6월10일 만든 한국 생활 블로그(utsumimidori.cocology-nifty.com)에 상세히 소개돼 있다. 이 짧은 대화 끝에 덧붙인 소감이 그의 한국 사랑을 짐작케 한다. “‘괜찮아요’라고는 했지만 전혀 괜찮지 않았다...더 말하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괜찮아요’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으. 분하다.”

우쓰미씨는 일본 내에서 가장 유명한 한류 팬이다.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44)도 소문난 팬이기는 하지만, 우쓰미처럼 유명 인사는 아니다. 우쓰미씨는 짓센여대(實踐女大)를 졸업하고 아사히신문사 입사 후 방송계에 입문했다. 그 후 다양한 프로그램의 진행자와 게스트로 이름을 날렸다. 그 가운데서도 그가 진행한 TBS의 ‘좋은 아침 8시’는 20년 넘는 장수 프로그램. 나이가 든 후에도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화 방지(anti-aging)를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언제나 멋지고 즐겁게 살자’는 모토를 간직한 그는 지난해 ‘멋있게 나이든 사람’(good-ager)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한국과 한국 연예인에 빠지게 된 것은 90년대부터 일본에서 잇달아 방영된 드라마들 때문이다. 급기야 그는 올해 4월 한국으로 무작정 건너왔다. 그리고 10주간 서울 시내의 호텔에서 장기 투숙하며 경희대 외국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이 기간 동안 일본의 타블로이드들은 그의 남편의 불륜 스캔들을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부인이 한류에 빠진 동안 남편은 자신이 운영하는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젊은 여배우에 빠졌다는 의혹이었다. 그의 남편은 중견 탤런트이자 방송 MC인 아이카와 긴야(72).

지난달 13일 한국에서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간 우쓰미씨는 일본에서도 한국 사랑을 거침없이 표현하기로 유명하다. 6일 도쿄에서 열린 이탈리아 영화 시사회에 참석한 후 ‘내가 뒤쫓아 보고 싶은 것은 남편이 아니라 장동건’이라고 밝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불륜 의혹을 산 그의 남편을 타박하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그의 한국 사랑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어쩌면 우쓰미미도리에게 한국과 한국의 연예인들은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일지도 모르겠다.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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