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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대국(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유전법칙을 발견한 생물학자 멘델은 인간은 자기 자신속에 모든 종류의 동물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쥐를 가지고 장난하는 고양이,친구의 흉내를 내는 원숭이,뼈다귀를 주면 누구한테나 꼬리를 흔드는 개,그리고 파리를 유혹해 그물속에 끌어넣고 그 피를 빨아먹는 거미… 모두 인간의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재작년인가 우리는 한 TV의 뉴스시간에 살아 있는 곰의 담즙을 뽑아내는 끔찍한 장면을 보고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한 일이 있었다. 안그래도 태국의 관광지에서 뱀탕과 곰발바닥 요리를 몬도가네처럼 먹어치우는 한국 관광객들의 모습을 보고 분노와 함께 수치심을 느끼고 있던 참이었다. 몸에 좋다면 독약이라도 입에 넣을 이 추악한 한국인들을 생전의 멘델이 보았다면 무슨 동물에 비유했을까.
최근 세계 야생동물협회·동물보호협회·지구보호기구 등 국제환경보호단체들은 워싱턴에서 「코뿔소 보호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코뿔소의 뿔을 약용으로 쓰고 있는 대만·중국·한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강력한 보복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그 여파로 영국은 최근 코뿔소·호랑이·곰·코끼리 등 금지된 동물제품의 교역을 묵인하는 국가에 대해 강력한 무역보복을 하겠다고 나섰다. 미국도 곧 뒤따를 전망이다. 녹용·웅담·호랑이뼈 등 한약재는 물론 뱀탕·곰발바닥까지 먹어치우는 한국이 가장 큰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근년 선진국에서는 「애니멀 웰페어」(동물의 복지)라는 말과 함께 「애니멀 라이츠」(동물의 권리)라는 말이 널리 쓰인다. 동물도 하나의 생명으로 태어난 이상 자연상태에서 그 수명을 다 누릴 권리가 있으며,또 인간에게 어떤 이익이 주어진다고 해서 이기적 목적으로 동물을 이용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동물보호의 기본정신이다.
그래서 요즘 서양사람들은 「애완동물」(pet)이란 말보다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란 말을 더 즐겨 쓴다. 때로는 동물이 인간보다 더 나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하루속히 동물학대국의 오명에서 벗어나자.<손기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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