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캄」파병 일 PKO/내전재연… 일서 고개든 철수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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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인명피해 가능성”… 야 철수안 검토요구/정부선 국제기여 시금석 판단 결정유보
캄보디아 정정이 다시 내전양상으로 전환함에 따라 현지에서 유엔평화활동(PKO)을 벌이고 있는 일본 자위대를 철수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일본 국내에서 일고 있다.
야당인 사회당은 일본정부가 자위대를 철수하는 문제를 검토하라고 촉구하고 있으며,공산당은 자위대의 즉각 철수를 주장하고 나섰다. 일본정부는 현지 상황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프놈펜 정부군은 지난달말부터 크메르 루주에 대한 대규모 공세를 시작해 크메르 루주 본부가 위치한 파일린지역을 위협하고 있으며,크메르 루주가 이에 반격을 가함으로써 전투가 계속중이다.
이 때문에 지난 91년 10월 파리에서 맺은 캄보디아 평화합의가 깨지고,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유엔캄보디아 과도행정기구(UNTAC)의 PKO활동도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다.
캄보디아 PKO활동은 2만2천명이라는 인원과 20억달러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된 대사업이며,냉전체제 붕괴후 새롭게 태어난 유엔이 그 존재를 과시하기 위한 시범사업이기도 하다.
그동안 UNTAC는 캄보디아 난민 37만8천명을 귀환시키고 각 정파에 대한 무장해제를 실시하는 등 상당한 실적을 쌓았다.
그러나 크메르 루주가 2단계 무장해제를 거부하고 나섬으로써 평화정착 작업이 난관에 봉착했으며,오는 5월로 예정된 총선도 거부해 총선에서 크메르 루주를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크메르 루주는 자파가 배제된 총선을 무력으로라도 저지하겠다고 천명하고 있어 총선이 무사히 치러질지 의문이다.
한편 프놈펜정권은 ▲크메르 루주가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으며 ▲크메르 루주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UNTAC에 대한 불만 ▲그리고 최근 세력이 급신장하고 있는 라나리트파(시아누크파)에 대한 두려움에서 상황에 돌파구를 열기 위해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서 제2차대전 종전후 처음으로 자위대를 해외에 파병,캄보디아 평화회복에 참여하고 있는 일본은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크메르 루주의 유엔평화유지군(PKF) 요원·휴전감시단 요원·문민경찰에 대한 공격과 납치 등이 빈발해 현지에 있는 일본인들이 신상에 위협을 느끼고 있으며,이에 대해 일본 국내여론이 나빠지고 있다.
현재 캄보디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UNTAC요원은 PKF 약 1만6천명과 행정·관리·감독·선거실시를 위한 문민 약 6천명 등 합계 약 2만2천명. 이중 일본인은 자위대 공병부대 6백명·휴전감시요원 8명·문민경찰 75명 등 총 6백83명이다.
일본은 캄보디아에 PKO요원을 파견하기 위해 지난해 6월 국회에서 PKO협력법을 통과시켰다. 자민당은 당시 야당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PKO참가 5원칙」을 법 내용에 포함시켰다. ①분쟁당사자의 휴전합의 ②분쟁당사자들이 PKO활동을 받아들일 것 ③중립유지 ④이상의 조건이 지켜지지 않을땐 철수 ⑤신변보호를 위한 목적외 무기 소지 제한이 그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④항. 이 조항은 당초부터 문제가 있던 조항으로 분쟁이 재발했을 때 과연 현지 사령관 지시없이 철수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또 어떤 상황을 「휴전이 깨진」상황으로 판단하느냐는 문제다.
일본정부는 이번 사태를 『휴전합의 자체가 깨진 것은 아니다』라고 보고 자위대 철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일본정부는 ▲4개 정파가 파리협정 파기선언 ▲일본 자위대 요원에 대한 공격이 있을 경우 현지부대·UNTAC·현지 일본대사관의 정보를 종합 분석해 『휴전합의가 회복될 수 없다』고 판단되면 각의결정을 거쳐 유엔사무총장에 통보하고 철수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일본정부가 철수조건을 이처럼 「복잡하게」붙이고 있는 것은 자위대의 캄보디아 PKO활동이 일본이 추구하는 이른바 국제공헌의 시금석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앞으로 아프리카 소말리아·모잠비크에도 자위대를 파견할 예정이기 때문에 캄보디아에서의 성공은 매우 중요하다.
다시 말해 일본은 캄보디아에서 자위대의 PKO활동이 성공해야 이를 토대로 국제공헌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것이다.
경제대국에서 정치대국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일본이 첫번째로 시도한 자위대 해외파견은 앞으로 캄보디아사태의 전개방향에 따라 그 성패가 달려있으며,그에 따라 일본의 국제공헌 내용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정우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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