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찝쩍남ㆍ째려남ㆍ칠칠남, 밤거리 접수하게 놔둘 수 없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성폭력상담센터, 서울여성의전화,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119개의 여성단체와 여대생 모임으로 구성된 ‘달빛시위 공동준비위원회’는 6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인사동 남인사마당에서 밤길되찾기 시위를 연다고 5일 밝혔다.

여성도 밤에 당당히 거리를 활보할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밤에 일어나는 범죄에 대해서는 모든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잘못된 사회통념에 항의하기 위한 행사다.

서울여성전화 성폭력상담소 란희 부장은 “유영철 연쇄 살인사건을 계기로 여성들의 분노가 폭발해 달빛 시위를 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행사는 2004년 7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한마디로 시작됐다는 것이다. “여자는 몸가짐을 잘하고….”

란희 부장은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자신보다 나약한 여성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면서 이렇게 일장연설을 하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분노해 밤거리 되찾기 운동을 시작했다”며 “유영철의 발언도 발언이지만 ‘하긴 그렇지’라고 받아들이는 사회가 더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시원하게 옷을 입으면 누군가를 유혹하려 한다고 하는데 이는 오래된 악습으로 비롯된 편견”이라며“대부분의 피해는 여성의 옷 때문이 아니라 믿음, 배려, 신뢰를 악용한 가해자 때문에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밤거리를 안전하게 만드는 역할은 사회가 해야 한다. 가해자를 통제하지도 못하면서 여성에게 밤길 조심하라고 말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를 방기하는 태도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리를 벌리고 앉는 쩍벌남, 밤늦게 술에 취해 고래고래 소리치는 시끌남, 골목 구석에서 소변을 보는 몰상식한 칠칠남, 지나가는 여성에게 찝적거리는 찝쩍남, 힐끔거리며 밤거리를 위협하는 째려남 등이 있는데 이런 ‘남’이 밤거리를 접수하게 놔둘 수 없다”며 “왜 우리가 주눅 들어 슬슬 피해야 하나. 우리는 아름다운 밤의 풍경을 즐길 권리가 있다. 우리가 잠시 뺏겼던 밤거리를 맘껏 다니야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열리는 밤길 되찾기 시위 ‘달빛아래 여성들, 좋지 아니한가!’는 전국 27개 지역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이날 모인 여성들은 사회 편견을 뒤집는 노가바(노래 가사 바꾸기), 달빛 선언문 낭독, 각 지역별로 준비한 깜짝 퍼포먼스, 풍물 소리에 맞춰 거리 행진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달빛시위=1973년 독일에서 연쇄 성폭력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희생자를 추모하고 성폭력을 추방하기 위해 벌인 거리 행진. 벨기에ㆍ영국ㆍ미국ㆍ캐나다ㆍ대만ㆍ호주 등 세계 각국으로 확산됐다.

이지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