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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14살 소녀, 인도를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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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제 이야기를 읽고 많이들 유쾌해졌으면 좋겠어요. 이런저런 어려움을 잠시 잊을 만큼요.”
 
『소녀의 인디아』(M&K)란 책을 낸 정윤(18) 양, 참 맹랑하다. 지리산 자락의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14살에 혼자 인도 유학을 떠났다. 농협에 근무하던 부모의 승낙을 받기도 전에 입학 신청을 했단다. 인도 여행기와 유학기를 묶은 책을 펴낸 이유를 물으니 이 같은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꿈은 이루어진다든가 하는 자기 자랑이 전혀 없다. 싱거울 정도다.

책도 정보 위주가 아니다. 대신 유쾌하고 상쾌하다.  인도에 유학을 가게 된 것은 어머니 권갑점씨 덕분이었다.

“시를 쓰시는 어머니는 대도시 백화점 등에 저를 일부러 데리고 다녔어요. 시골에서 자라니 세상 구경을 시켜주려는 배려였지요.” 그러다가 열 두살 때 인도를 갔단다. 그 뒤로 인도에 두 번 더 갔다.

“집이 넉넉하지는 않거든요. 처음엔 패키지 여행으로 갔지만 나머지 두 번은 배낭여행을 했어요. 그런데 참 좋았어요. 여러 나라 사람들이 어울려 지내고 남녀차별도 없고, 영어도 재미 있었고요.” 신선놀음이란 인상을 줄까봐 은근히 걱정하는 눈치다.

마지막 여행에서 본 코다이카날의 국제학교에 반해 무작정 유학을 결심했다. 중2 때다.
“다음에 혹 잘 되어서 ‘TV는 사랑을 싣고’ 같은 프로그램에 나오면 날 좀 꼭 찾아다오”라며 눈물을 글썽이는 담임 선생님과 친구들을 뒤로 하고 유학을 간 지 벌써 4년째. 20여 개국에서 온 400명과 함께 공부한다. 학교는 철저히 학생 위주라서 너무너무 재미있다고 한다.

또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제가 감히…”하며 말을 삼가던 그가 좌우명을 물으니 “지옥 같은 생활을 한다면 계속 해라”라고 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마더 테레사 수녀나 나이팅게일 같은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이 씩씩한 소녀의 10년 후 모습이 궁금했다.

글=김성희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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