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투개표/민주당 전당대회때 첫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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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OCR방식… 시간·예산절감에 큰 효과
민주당이 3월 전당대회의 지도부 선거에 컴퓨터투·개표방식을 채택해 화제가 되고 있다.
민주당의 이같은 결정은 우리선거의 상징물이었던 붓두껍과 인주,수개표작업 등을 없애는 선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87년 대선때 「컴퓨터집계 부정」이 있었다고 최근까지 주장해온 민주당이 역설적으로 우리 정당사상 처음으로 컴퓨터투·개표방식을 도입해 더욱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위원장 홍영기)가 채택한 컴퓨터투·개표방식은 현재 고입연합고사나 대입학력고사 답안지로 사용하는 OCR(광학식 문자판독장치) 카드식.
대의원들은 전당대회 당일 투표참관인의 검인이 찍혀있는 가로 20㎝·세로 8㎝의 OCR카드를 받아 기표소에서 지지하는 대표·최고위원후보 이름아래 기표란에 컴퓨터용 필기구로 표시를 하게 된다.
투표가 끝나면 투표함에 모인 OCR카드를 판독기에 넣어 눈깜짝할 사이에 개표집계를 끝내버리는 방식이다.
지난해 5월 전당대회에서는 2천3백여명의 대의원이 10개의 기표소에서 투표를 해 발표까지 걸린 시간이 3시간여.
그러나 이번 3월 전당대회에는 야당사상 가장 많은 6천여명의 대의원이 참석,기존의 수작업으로 투·개표를 할 경우 최소한 6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왔다.
대의원 6천명이 4인연기명 투표를 할 때의 2만4천표에다 단기명인 대표선거까지 합산하면 3만표의 투표효과가 있는 셈이다.
게다가 대표선거가 1차에서 결판이 안나 1,2위 득표자끼리의 결선투표까지 갈 경우 무려 3만6천표의 계표를 해야 하는 부담을 안아왔다.
그러나 OCR카드방식을 도입할 경우 기표에서 발표까지 1시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측돼 시간과 예산을 모두 크게 절약할 수 있게 됐다.
실무작업을 맡고 있는 민주당전산실(실장 박성수)은 현재 OCR카드방식을 위해 3백50만원 상당의 판독기 1대를 구입하고 2대를 10만원씩 임대,3대를 사용해 판독에 20∼30분의 소요시간을 상정해놓고 있다.
또한 기표소를 30여곳으로 늘려 한층 시간절약을 꾀하고 있다.
전산실은 판독기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한편 그 중간에 각종 통계를 인식·분석해내는 프로그램이 내장된 특수장치를 설치해 단순한 개표집계외에 유효·무효표,후보자별 득표율 등 각종 정보를 추출해 참고자료로 발표할 계획.
전산실은 이 특수프로그램개발을 30여명의 컴퓨터요원으로 구성된 자체인력으로 해결한다는 방침아래 판독기구입까지 합쳐 모두 7백만원의 소요예산을 편성해놓고 있다.
당초 전당대회준비위는 대의원 숫자를 감안,3월11∼12일 이틀간으로 전당대회 일정을 고려했으나 OCR카드방식의 아이디어가 떠오르며 하루로 일정을 단축했다는 것.
대의원 1명의 하루 숙식비를 5만원씩 잡으면 3억여원의 경비가 소요되나 OCR카드방식 도입에 따라 7백만원의 경비밖에 안들어 막대한 경비절감효과를 보게 됐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전산실은 당초 기표소내에 컴퓨터단말기를 설치해 대의원들이 화면에 나타난 후보의 경력과 「메시지」 등의 정보를 파악하고 바로 키보드를 눌러 투표하는 최첨단방식까지 고려했다.
그러나 대의원들에 대한 기본적인 키보드교육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데다 컴퓨터마련에도 수천만원이 소요돼 다소 후퇴한 방식을 채택했다.
민주당의 이같은 전향적 방식채택은 앞으로 여당행사는 물론 각종 공직선거에서의 전산화 활용도를 크게 높이는 쪽으로 촉진할 것이 틀림없다. 내무부와 선관위는 장기적으로 미국처럼 완벽한 컴퓨터투·개표체제의 도입을 위해 연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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