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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사회론-학계 뜨거운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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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시민사회의 성장, 시민운동의 활성화를 통해 국가사회 전체의 민주적 발전을 도모하자는 「시민사회이론」이 우리학계에서 활발히 모색되고 있는 가운데 올들어 이것이 변혁의 대안이 될 수 있느냐는 논쟁까지 불붙고 있다.
시민사회론의 이론적 중요성은 지난해 한국정치학회·사회학회연합 학술회의의 주제가 「한국의 정치변동과 시민사회」였다는 점에서도 나타난다.
한완상 교수(서울대)는 연합학술회의 발표논문을 통해 『시민사회 공간의 확장을 중산층 위주의 개량주의적 사회운동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그 공간 안에서 노동계급의 정치세력화 가능성과 독점강화와 종속심화를 제도 내적으로 극복해 낼 수 있는 진보적 운동의 가능성도 생겨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시기를 전후해 한국사회의 민주적 개혁을 위한 이론으로서 시민사회론은 부르좌 개혁론에서 포스트 마르크시즘에 이르는 다양한 내용으로 전개됐다.
최장집 교수(고려대 )는 시민사회를 「계급구조 외의 도덕·윤리, 이데올로기적 관계 등이 겹치는 다층적 그물망 구조」로 해석하면서 민중이 주축이 된 선거를 통한 사회주의 실현을 제창했다.
포스트 마르크스주의적 시민사회론을 대변하는 박형준 교수(동아대)는 자유주의를 비판함에는 마르크스주의적 시각을 수용하고 마르크스주의를 비판함에 있어서는 자유주의를 수용하는 「새로운 시민사회론」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주 발간된 계간 『경제와 사회』겨울호는 시민사회론에 관한 지상토론 특집을 실어 사회의 혁명적 변화를 추구하는 진보학계내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의 여부로 논쟁이 진행중임을 드러내고 있다. 토론에서 김세균 교수(서울대)는 『시민사회론자들의 개혁구상이란 자본주의 체제의 극복 자체를 문제삼지 않는 한 실현할 수 없는 체제내적 개혁구상이란 점에서 공상적이며 변혁을 포기한 개량주의』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강문구 교수(경남대)는『김 교수의 개량주의 대 이데올로기적 계급투쟁의 이분법은 원칙만 강조하는 입장이라면 설득력이 없다』면서 『시민사회론은 변혁이론의 심화와 풍부화를 위한 근거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서구와 같은 시민사회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적 제도를 가지게 됐다는 점에서 민주화를 위해서든 변혁을 위해서든 시민사회론은 올해도 뜨거운 모색과 논쟁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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