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전체 매도하면 곤란-무분별한 체외수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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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중앙일보 1월28일자 독자의 광장에 투고한 김문순씨의 「무분별한 체외수정 의료윤리 망각 한심」이라는 글에 대하여 의대를 다니는 학생으로서 몇가지 반대되는 의견을 싣고자 한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언론을 통해 공감하고 있듯이 정액에 대한 유전병 및 성병 등의 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점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한 일이 어찌 인간생명에 대한 경시에서 한 행동이라고 확정적으로 단언하는가. 우리나라와 같이 체면을 중시하고, 도덕적 순결 등을 강조하는 나라에서 과연 어떤 사람들이 자신의 피를 뽑는 검사를 하면서까지 10만원도 안되는 돈에 자신의 분신을 팔겠는가.
만약 정액제공자에 대한 각종 병력의 검사 및 그에 대한 인적사항의 기록 등이 남겨진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인공수정이 거의 실시되지 못할 것이다.
또 김문순씨는 인공수정에 의한 기형아의 폐해가 극심했다고 표현했는데 3일전 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1건의 기형아 출생이 있어 보육기관에 맡겨졌다고 한다. 출생된 기형아는 다운 증후군이었다고 하는데, 이 증세는 수정 후 분열기에 있어 염색체의 미 분리현상에 의하여 나타나는 것으로 유전병이라기보다 산모의 나이가 많을수록 발생빈도가 높아지는 정상적인 임신에서도 가끔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것을 가지고 의료윤리의 망각이니, 파렴치한 행동이니 하며 의사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이병렬<서울 강남구 대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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