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로 일 가전업계 왕좌에/불황모르는 일 닌텐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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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작년 송하전기 제쳐… 연이익 1,600억엔/기술력으로 일 시장 70% 미국 80% 석권
일본은 지금 불경기로 대부분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중간 결산결과 대부분 기업들이 전년동기보다 경상이익이 감소했다.
그러나 이같은 불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승승장구,매출액과 이익을 늘리는 기업이 바로 최근 간질발작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게임기 메이커 닌텐도(임천당)다.
닌텐도는 지난해 9월 중간결산에서 매출 2천7백74억엔으로 전년동기보다 14% 증가했으며,경상이익은 8백2억엔으로 5% 늘었다. 올 3월 결산에서는 매출 5천6백억엔,경상이익 1천6백62억엔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은행·증권을 뺀 전상장기업중에서 닌텐도의 경상이익은 도요타(풍전)자동차,NTT에 이어 절대액에서 세번째다. 가전업계의 왕자로 매출과 경상이익면에서 1,2위를 다퉈오던 마쓰시타(송하) 전기산업이 지난해 3월 결산때부터 닌텐도에 밀렸다. 91년에도 전자업계에서 경상이익을 가장 많이 올린 기업은 닌텐도였다.
닌텐도는 매출액에 대한 경상이익률이 올 3월 결산에서 33.7%나 돼 단연 업계 1위가 될 전망이다.
닌텐도는 종업원이 8백15명밖에 안돼 올 3월 결산을 기준으로 할 경우 종업원 1인당 약 2억4백만엔의 경상이익을 올리는 셈이다.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신문이 기업의 기술력·판매력·재무구조 등을 평가해 독자적으로 선정하는 우량기업랭킹에서 닌텐도는 91년부터 1위로 등장했다.
닌텐도의 성장비결은 기술이다. 값싸고 인기있는 게임기와 소프트웨어를 개발,잇따라 히트시키고 있는 것이다. 8비트게임기 패밀리컴퓨터에 이어 선보인 16비트짜리 슈퍼퍼미컴은 일본은 물론 세계 게임기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휴대용게임기 게임보이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91년 미국에서 발매된 슈퍼퍼미컴은 발매 4개월만에 2백만대 이상 팔리는 등 대히트했다. 닌텐도는 지난해 일본에서 4백45만대,외국에서 8백31만대 등 모두 1천2백76만대의 슈퍼퍼미컴을 팔았다.
슈퍼퍼미컴의 대히트는 이에 맞는 재미있는 소프트웨어가 잇따라 공급된 탓이다. 닌텐도에 한번 길들여진 어린이들은 다른 회사제품은 재미가 없다며 하지 않으려 한다.
닌텐도가 독자 개발한 소프트웨어 카세트팩 「마리오 카트」「마리오 페인트」는 1백50만개이상 팔렸다. 지난해 대히트한 「스트리트 파이터­2」(카프콘개발)는 지난 1년간 6백만개 이상 팔렸다.
이밖에 「드래건 퀘스트­5」(에닉스개발),「파이널 판타지­5」(스퀘어개발) 등 각 소프트웨어사가 닌텐도와 라이선스계약에 의해 개발한 것들이 뒤를 이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슈퍼퍼미컴이 2만엔 전후인데 카세트팩은 개당 8천∼1만엔이나 하니 소프트웨어사업이 진짜 수지맞는 사업이다.
닌텐도의 강점은 바로 소프트부문에 있다. 닌텐도는 하드웨어 부문을 석권한 여세를 몰아 다른 소트프웨어사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모두 닌텐도에 위탁생산을 하게 하고 있다.
닌텐도는 현재 일본시장의 70% 이상,미국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닌텐도는 게임기시장에서 돈을 벌어 지난해 1월에는 미국의 메이저리그 프로야구단 시애틀 매리너스를 인수했다. 닌텐도의 미 프로야구단 인수는 미국인의 자존심을 건드려 말썽을 빚기도 했다.
닌텐도는 1889년 장난감 메이커로 야마우치(산내)가에 의해 창업됐다. 지난 47년 주식회사 형태를 갖췄으며,그후 이름을 몇번 바꿔 63년 닌텐도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현재 자본금은 1백억6천5백만엔,지난해 3월결산 매출은 5천75억엔이다.
미국·유럽에 현지법인을 가지고 있으며,5개 관련회사를 가지고 있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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